▲ 김 교수가 로봇경구갑상선수술 집도

 62세 여성 박모씨, 올해 초 병원을 찾았다가 오른쪽 갑상선에 암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 박 씨는 목에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통증까지 만만치 않다는 소리에 수술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입안을 통해 흉터없이 수술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로봇 경구 갑상선수술을 실시, 오른쪽 갑상선과 주변 임파선을 깨끗이 절개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수술 다음날부터 자유롭게 식사는 물론 2주일이 지나 입안상처는 거의 사라졌다.

고려대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가 개발한 입안을 통해 갑상선을 수술하는 새로운 노츠 수술법이 최근 효과를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이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입안을 통해 턱 밑으로 수술용 로봇팔을 넣어 갑상선을 수술하는 방법으로 흉터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지는 획기적인 수술법이다. 이 방법은 외과학 분야의 선도저널인 외과 내시경지(Surgical Endoscopy)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뿐 아니라 노츠 수술의 세계 양대 학회인 ‘미국 노스카(NOSCAR)’ 학회에서 수상하며 독창적 수술법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김 교수가 수술법을 전수한 美 존스홉킨스병원에서도 수술을 실시하며 美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기존 갑상선 수술법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수술법이다. 기존에 많이 시행되는 로봇 갑상선 수술법은 겉으로 수술 흉터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정밀도가 뛰어난 장점이 있지만 겨드랑이나 귀 뒤, 혹은 가슴에서부터 갑상선이 있는 목까지 사이에 있는 피부를 들어 올려 수술 공간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목의 절개를 이용한 수술 방법보다 눈에 보이지 않게 피부를 더 많이 절개해야 한다. 때문에 그만큼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수술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즉 진정한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법은 입 안에 5mm 크기의 작은 구멍 2개와 20mm 크기의 구멍 1개를 통해 수술 기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상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2주면 입안 상처가 거의 희미해지며 한 달 정도면 완전히 상처가 사라진다. 또 구조적으로 입과 목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수술 거리가 매우 짧아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수술 후 통증도 기존의 내시경이나 로봇수술에 비해 훨씬 적다. 수술 시간 역시 30분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특히 3차원으로 보는 로봇 영상과 360도 회전하는 로봇 팔로 입안 좁은 공간을 통해 수술이 이루어지더라도 목을 절개하는 전통적인 수술방법처럼 갑상선 전체 부위를 충분히 관찰하며, 안정적이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경구 갑상선 수술은 현대 외과 영역의 화두인 ‘노츠(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 자연 개구부 수술)’ 수술의 일종이다. ‘입’이라는 자연개구부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함으로써 수술 후 흉터가 안보이도록 숨기는 게 아니라 완전히 아물어 아예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다. 그 동안 소화기 분야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던 노츠수술이 갑상선에까지 영역을 넓혀 확장되는 첫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최근 1~2년 사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유수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내시경을 이용한 경구 갑상선 수술이 시작되어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나 정교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로봇을 이용한 경구 갑상선 수술은 김 교수팀이 3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는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흉터가 전혀 없고, 통증이 적고,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