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현대성에서 인간적 의학이란 곧 사람과 사람의 바람직한 관계를 의미한다는 매우 쉬워 보이는 명제가 실제로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이유는 사람과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를 매우 쉽게 보는 상상력의 부족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의료제공자인 의사는 인간적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대체 입력이 안 된 사람들일까?’

『의학적 상상력의 힘 (21세기북스 출간)』은 2009년 11월 21일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가 주최한 심포지엄 <의학적 상상력, 의학의 미래를 열다>에서 발표한 원고들을 엮은 것으로, 연세의대 의학교육과 교수이자 정신과 교수인 전우택 교수를 필두로 대한민국 최고라 일컬어지는 의사들이 모여 상상력의 결여로 인해 빚어진 비인간적이고 고착화된 현 의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1부에서는 과학적 상상력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1장은 역사를 통해 수천 년 동안 당시의 지식만으로 모든 의학적 사실을 통합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며, 이러한 의학의 불완전성은 끊임없는 진리 추구와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확고한 사실의 기반 위에서 창조적 정신을 억압하는 관습에 맞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용기, 이른바 ‘구체적인 의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2장은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로봇수술이 현재 시술되고 있는 현장들을 보여주면서 진화되고 있는 로봇수술의 과학기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국내 뇌의 권위자인 연세의대 정신과 김재진 교수가 상상력과 뇌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뇌 사례들을 소개하고, 인간의 뇌는 반복적 훈련으로 새로운 신경연결이 풍부해지는 가소성을 장착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소성의 뇌는 노력을 성공으로 이어주는 보증장치임을 보여준다.
더불어 4장에서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허정아 교수가 예술 분야로까지 범위를 넓혀온 의학에 대해 재미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인간적 상상력’을 다루고 있는데, 그 첫 장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장감 있는 사례로 풀어나가며 의사와 환자와의 소통에 대한 문제점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다음 6장에서는 의학 윤리를 다루면서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의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더불어 의사들에게 환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강조하면서 인간적인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 외에도 왜 국내의 의학계가 이처럼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이유를 풀어나가며 인간적 의학을 위한 상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의존하여 상상력만으로 의학을 펼쳤던 고대의학의 힘과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 의학은 아직도 상상력이 억압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 저자들은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인간적인 상상력과 기계적 상상력의 불균형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환자와 공감하는 인간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데이터만으로 치료하는 불완전한 치료법에서 벗어나 상상력이 불어넣어진 데이터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우택, 임정택 외 7인 지음 | 232쪽 | 값 13,000원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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