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균 연세의대 교수비대위원장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비대위원장

“이제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습니다.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입니다.”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안석균)는 “정부가 지난 20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리며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는 22일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정부의 졸속 정책에 대한 최후의 항변으로 택한 전공의들의 사직 상황이 길어지고 있고, 의대 학생들의 휴학 또한 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분노와 질타는 제발 거두어 주시라”고 당부했다.

교수들은 “전공의들은 1주일에 80시간,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혹독한 수련의 길을 스스로 택하고 감내한 미래 한국 의료의 인재들”이라며 “정부 정책이 실행되면 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가 빠르게 침몰하고,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최후의 저항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오롯이 의료계로 전가하고 사직한 전공의를 범죄자 대하듯 대하며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호소문은 “정부의 정책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분야 현장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 되면 머지않아 필수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증원안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1년 내로 많게는 몇 배씩 증원된 학생을 교육시키라는 주장은 의대교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의대 교육은 오랜 기간 실습 위주의 도제식 의사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당연히 의학 교육의 질은 급속히 저하될 것”으로 단언했다.

아울러 “폭발적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의료비 폭증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이 모든 피해 상황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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