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병원이 환골탈태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때 의사들이 서울대학교병원 다음으로 근무하길 원했을 정도로 명망이 높았던 서울적십자병원.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형 민간병원과의 경쟁 등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 명성과 역할을 빼앗겨왔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

이런 가운데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는 적십자병원을 혁신적인 변화로 낮아진 위상을 회복하고 적십자병원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시대의 부침 속에서도 적십자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굳건히 해 왔다. 현재 지역책임의료기관인 6개의 급성기병원과 1개의 권역재활병원을 운영 중이며 2018년에는 종합병원인 영주적십자병원을 개원하고 병상 확보를 위해 증축까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국의 적십자병원들은 감염병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적십자병원은 위기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취임한 김철수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평생을 의료계 발전을 이끈 의사이자 병원 경영자로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을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의료의 질과 서비스가 앞서가는 병원으로 성장시켰다. 이런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적십자병원 정상화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김 회장은 먼저 실력 있는 의사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적십자병원의 병원장 공개모집을 시작했는데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은 진료를 잘하는 의사다. 병원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책임지고 병원장은 직접 진료하고 환자를 책임질 때 적십자병원의 신뢰도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김 회장은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일본적십자사는 90개가 넘는 적십자병원을 운영하며, 일본 왕실의 공주가 첫 직장으로 일본적십자사에 선택할 만큼 일본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며 “우리 적십자병원도 국민의 신뢰받는 병원으로 환골탈태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서울적십자병원 전경
대한적십자사 산하 서울적십자병원 전경

적십자병원은 공공병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희망진료센터, 누구나진료센터 등 공공의료사업을 추진하며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불법체류자 등에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적십자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먼저라고 판단한 김 회장은 사재 1억원을 마중물로 내놓았다. 또한 20여 명의 RCHC(적십자 고액 기부자 클럽) 가입을 이끌어냈으며,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도 유치하여 공공의료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병원의 새로운 사업 방향으로 자살 예방과 치매환자·가족돌봄 사업과 연계한 치매진료특성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전국의 적십자 지사와 당국과 협력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직능단체와의 활발한 사회공헌 협약을 통해 재난 발생 시 의료지원 및 구호 활동, 기부문화 확산에 힘쓰는 등 네트워크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철수 회장은 “이러한 인적·물적 쇄신을 바탕으로 적십자병원을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병원, 정말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며 “적십자병원을 정상화하고 적십자병원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적십자병원은 1905년 ‘대한국적십자병원’이 탄생한 이래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공병원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119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돌본 적십자병원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공공의료 역사라 할 수 있다. 적십자사는 일제강점기와 독립,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를 거치며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1980년대에는 전국 16개 병원, 2개 의원과 2개 병원선(백련호, 무궁화호)까지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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