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정권은 법률을 통해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을 공식화했다. 이 정책은 전 세계적 혐오를 불러왔고, 그 여파로 미국에서 1971년 남아프리카 사업 수행을 위한 행동강령인 ‘설리반 원칙(Sullivan Principles)’이 만들어졌다. 이에 연방정부는 얼마나 많은 미국 기업이 설리반 원칙을 위반하는 남아프리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가를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남아공 기업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 중단이 이어졌다. 이는 남아공 정권에 대한 막대한 압박으로 작용했고, 결국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폐지를 촉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윤리적 노선에 따라 투자를 중단한 가장 유명한 사례의 하나가 됐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 요인은 정치적인 고려를 비롯해서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단연코 재정적인 수익이 압도적 우세를 차지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선활동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거시경제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여긴다는 분위기였다. 회사나 자산의 평가는 전적으로 순이익에 따라 예측돼야 한다는 신념이 팽배했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신념은 20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바뀌어갔다. 기업과 투자의 가치 측정에 사회적 자본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기업과 자본의 의사 결정에 환경적ㆍ사회적 과제를 통합하도록 장려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책임 있는 투자자로 알려진 제품의 수요가 증가 경향을 보였다. 1998년 기업 또는 주식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에 새롭게 포함돼야 할 非재무적 고려 사항의 클러스터가 만들어진 것은 그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도 투자 시장의 주류는 윤리적으로 유도된 투자가 본질적으로 재정적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가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선활동은 그다지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보이지 않았다.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비용이 이득보다 클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강력한 반박을 받게 된다. 1998년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재무성과가 어떻게 발전했는가에 관한 탐구가 이루어졌는데, 회사관리 방식과 주주관계, 직원대우 방식 등 기업 지배 구조 절차를 개선한다고 해서 재무성과가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오히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기업 효율성을 확보하며 우수한 경영 인재를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주가 수익률 측면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동료 기업보다 연 2-3%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전반적으로 분석가의 기대치를 초과한 수익을 제공했다는 논문까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2004년 UN Global Compact(UNGC)가 발표한 ‘Who Cares Win’이라는 보고서에서 ESG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됐다. 그리고 2005년 UN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PI)에서 나온 보고서는 투자 회사가 ESG 문제를 투자 분석에 통합하는 것이 허용됐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수탁 의무의 일부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UNEP FI 등이 내놓은 보고서는 “ESG 문제를 비롯해서 모든 장기적인 투자 가치 동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수탁 의무의 오류”라고 결론짓고 “상당한 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가 ESG 문제를 투자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완전히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G라는 개념은 근래에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ESG는 다음과 같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세 가지 영역에서 기업과 자본에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제시한다.

  ▲환경(Environmental) =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위협이 심각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을 이슈로 하여 투자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원 고갈에서 원자재 감소에 의존하는 산업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제품 또는 서비스의 노후화 문제가 해당 기업에 부여된 가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사회(Social) = 고용주에게 개방되는 인재 풀이 넓을수록 직무에 적임자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손해 배상 소송이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 권리 보호도 대단히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배구조(Governance) =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 및 회사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영역을 포괄한다. 여기에는 비즈니스 윤리, 반 경쟁 관행, 부패, 세금 측정 및 이해 관계자에 대한 회계 투명성 제공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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