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인구에서 5개 이상 약물과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망 혹은 장애 위험이 크게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연구팀(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ㆍ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성과연구팀장)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노인 33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고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김선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팀장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김선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팀장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5-26일 열린 ‘대한노인병학회 제7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그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의 35.4%(약 16만 명)가 다약제(5개 이상의 약물)를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이는 2012년 32%(약 8만 명)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수치이다. 10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은 무려 8.8%에 달하는데, 이렇게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생리적인 노화, 약물 간 상호작용, 약물과 질병 상호작용 등에 의해 이익보다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여러 약물을 복용할수록 노인에게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약물을 처방받을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연구 결과 66세 인구의 53.7%에서 1종 이상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1인당 평균 2.4개를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율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절대 숫자는 13만8,000명에서 24만8,000명으로 80% 가량 증가했다.

노인 부적절 약물은 노인에게 이득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처방에 신중을 요하는 약품이다. 소화성궤양용제 ‘에스오메프라졸마그네슘’ 성분이나 위산분비억제제 ‘라베프라졸나트륨’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러한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66세 인구 65만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으며, 3등급 이상의 장기요양 등급(일상생활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을 받을 가능성 역시 46% 높았다.

또 부적절 약물 사용이 2종 이하일 경우 장애 위험이 약 31% 증가한 반면, 3종 이상의 부적절 약물을 사용했을 때는 무려 81%가 증가하는 등 부적절한 약물 사용이 중복될수록 그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는 점도 확인됐다.

대상자 특성별로는 대도시(광역시)보다 소도시(군, 구)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보다는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질환이 많고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환자들에서 약물 개수와 부적절 약물 처방 빈도가 높았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노령인구에서 약물 과다 및 부적절 약물 사용에 대해 의료계, 시민, 정부의 다각적 관심을 촉구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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