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도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신상현 교수ㆍ정혜정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신상현 교수ㆍ정혜정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ㆍ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간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호주외과학지(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그에 따르면 췌장암은 치료가 매우 어렵다. 그 중에서도 췌장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하여 외과 수술영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에 해당한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하여 의료진 부담도 매우 크다

해외 연구를 보면 수술 받은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이 12.6개월인 반면, 비수술 환자는 3.5개월로 4배 가량 차이가 날 만큼 수술 혜택이 분명한데도 나이를 이유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의료진 역시 수술을 쉽사리 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9년 국내 암 통계를 보면 새로 췌장암을 진단을 받은 환자 8,099명 중 21.3%인 1,727명이 80세 이상으로 집계될 만큼 적지 않지만, 수술을 택한 환자는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대 이상인 환자는 고작 3.6%(24명)에 그쳤다. 국가 통계에서 80대 환자의 비율(21.3%)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 견주어도 수술을 결심한 80대가 매우 적다는 의미이다.

연구팀은 "고령에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나이가 곧 수술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나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인 환자(642명)과 80세 이상 환자(24명)로 나누고, 전반적인 건강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두 집단을 균질하게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그룹 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합병증 발병률 또한 나이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대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대동소이했고, 무진행 생존도 11개월 대 8개월로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80대 이상 환자 6명의 경우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었다.

신상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의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가지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직은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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