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기둥』 프리다 칼로 (1944년)
『부러진 기둥』 프리다 칼로 (1944년)

그림 속 여인의 척추에 해당하는 기둥의 여러 부위가 부러졌다.

집으로 비유하면 마치 대들보가 여러 조각으로 절단되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운데, 외부에 착용한 통 벨트의 지지대로 겨우 버티고 있다.

그러한 척추 상황에 따른 신체 고통은 전신에 못이 박히고 눈물이 비처럼 흘러내릴 정도로 극심하다.

고통의 심정을 추가로 대변한 듯 대지大地는 갈기 갈기 찢겼고, 일부는 흡사 피부 껍질이 떨어져 나가듯 벗겨져 속살이 드러났다. 얼마나 쓰리고 따갑고 아플까!

그림에서 다소 색다른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통의 범위를 의미하는 다양한 크기의 못들이 박힌 위치이다. 못은 상-하지, 몸통 심지어 얼굴에까지 전신에 박혀 있는데, 실제 프리다 칼로가 교통사고 후 수술 받았던 부위는 몸통이었지 얼굴은 아니었다.

그림에서 부러진 척추의 신경 지배 영역인 몸통과 사지 뿐만 아니라 두뇌 신경의 지배 영역인 얼굴에도 못이 박혀 있는 것은, 본인의 고통이 육체 문제 뿐만 아니라 정신 고통도 결코 적지 않음을 암시한다.

다른 하나는 못이 온몸에 걸쳐 촘촘히 박혔는데도 무표정한 얼굴, 야무지게 닫힌 입 그리고 흔들림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눈이다. 그와 같은 얼굴 모습은 통증이 단기간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면 본인도 모르게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고, 입은 화들짝 열리고 눈은 초점을 잃는다. 관람자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여인의 눈은 본인의 고통이 얼마나 처절한지 절규하는 듯하다.

『기억(심장)』 프리다 칼로 (1937년)
『기억(심장)』 프리다 칼로 (1937년)

그림 부러진 기둥보다 7년 전에 그려졌던 또 다른 그림 기억(심장)은 매우 섬찟하다.

그림 중앙에 한 여인이 서 있는데 왼쪽 가슴이 뻥하니 뚫렸고, 그 가슴을 긴 막대기가 휘젓고 있다.

더 나아가 정상적으로 왼쪽 가슴에 있어야 할 심장이 없다. 심장은 뜯겨져 땅바닥에 내 동댕이쳐져 있고, 그 심장에서는 벌건 피가 콸콸 쏟아져 주위를 흥건히 적신다.

그림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매우 살벌한데, 제목은 특이하게도 전혀 다른 형상의 의미를 담은 두 단어 '기억'과 '심장'을 함께 묶어 놓았다. 심장을 후벼 파는 아픔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제목으로 추정할 때 그림 기억(심장)에는 '심장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간직한 기억'을 담았다.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1931년)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1931년)

그렇다면 과연 어떤 기억이 화가 '프리다 칼로'에게 심장이 뜯겨져 나갈 정도의 심한 고통을 주었을까? ‘

프리다 칼로의 평생소원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 그리고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사는 것.

그녀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였던 21세 연상의 디에고 리베라와 마침내 결혼한다. 그런데 문제는 디에고 리베라는 결혼 전 이미 수많은 여성편력이 있었고 결혼 후에도 그러한 행태는 멈추지 않았다.

남편의 불륜에 그녀가 평생소원을 성취하곤 느꼈던 기쁨, 환희, 만족의 크기 보다, 배반감, 질투, 분노의 감정은 더욱 깊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러한 와중에 남편이 자신의 동생 크리스 칼로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면서, 그녀의 마음 상처는 극에 이른다. 그림 기억(심장)에는 프리다 칼로가 겪었던 부정적 감정 경험의 기억에 의한 상처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심장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주는 기억!

그림 A. 영화 '인사이드아웃'
그림 A. 영화 '인사이드아웃'

부정적 기억은 본 연재 <건강력을 기르자>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모든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억창고가 소개되었다 (그림 A).

세상을 살다 보면 천양지차의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는데, 특히 진화의 키워드인 생존과 번식에 긴요한 사안의 경험은 더 없이 소중하다. 그와 같은 과거 경험의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창고에 고이 간직하는 것은, 특히 개인의 생존을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림 B. 영화 '인사이드아웃'
그림 B. 영화 '인사이드아웃'

그러한 경험은 과거와 동일한 상황이 재현될 때마다 기억창고에서 상상으로 복기(그림 B)되어,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금쪽같은 지침서가 된다.

그 결과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줄여줘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고 성공하는 삶으로 이끌어 준다. 과거 경험 기억의 긍정적 측면이다.

그림 C.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조건반사 실험’하는 모습
그림 C.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조건반사 실험’하는 모습

기억에 관련되어 의학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은 '파블로프의 개'로 널리 알려진 실험으로, 뇌 생리학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과학사 및 의학사에 길이 빛나는 연구이다(그림 C).

실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면서 먹이를 준다. 개는 먹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소화를 도와주는 을 반사적으로 분비한다. 그와 같은 과정을 일정기간 되풀이 학습시킨 후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울려도, 매우 신기하게도 개는 먹이를 주었을 때와 똑같이 을 분비한다.

이 실험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다음 세 가지 사실을 담고 있다. 하나는 개가 먹이도 없는데 종소리만 듣고 침을 분비한 것은, 종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음식을 먹었던 이전 경험의 기억이다.

과거 경험의 기억을 상상으로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도적 조작이 절대 불가능한 침샘을 자극하여 자동적으로 침을 분비한다. 이 실험은 비록 개에서 진행되었지만, 인간에게도 100% 똑같이 적용된다.

본 연재 <건강력을 기르자>에 보석처럼 귀한 과학적 사실이다: 과거 경험의 기억을 상기하면 곧바로 인체의 세포가 자극되고 장기도 활성화된다.

다른 하나는 기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invisible), 그 기억을 상기하는 순간 (중간에 여러 신경 작용을 거치게 되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visible) 침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기억은 혈액검사, 영상(초음파, CT, MRI, PET-CT )검사 그리고 조직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형체가 전혀 없다.

하지만 파블로프의 실험에 의하면, ‘파블로프의 개에게 침이라는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물질을 분비하게끔 유도한 근원은 객관적으로 가시화할 수 없는 기억이다. 마지막 하나는 기억은 시간적으로 과거이지만, 그것을 상상으로 상기하는 순간 곧바로 현재 상황으로 돌변한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뇌는 과거 혹은 미래 상황을 머리 속으로 상상 만하더라도, 그 즉시 현재 시점에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인체 내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생리 반응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을 듣고 침을 분비한 것은, 음식 먹는 장면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자마자 뇌에서 현재 상황으로 인지되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 생리반응의 결과이다.

그림 D. 소의 되새김질
그림 D. 소의 되새김질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 의하면, 기억에 관련되어 다음 현상이 우리 몸에서 항상 진행되고 있다.

만약 그 기억이 즐겁고 보람차고 흐뭇한 내용이라면, 마치 파블로프 실험 개의 침 같이 음식물 소화를 도와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져 몸 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만약 그 기억이 지난 주 연재에 소개한 미움, 분노, 공포의 내용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인체에 장착된 적응반응을 활성화시켜) 그에 부합되는 화학물질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기억의 상기에 따른 화학물질의 생성은 집이든 회사이든 장소에 관계없고, 밥 먹든 응가 하든 행위 종류에 관계없고 그리고 낮이든 밤이든 시간에도 관계없다. 과거 경험의 기억을 마치 소 되새김질(그림 D)하듯 인지 없이 불현듯 되새기더라도, 그 때마다 몸 속에서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반사적으로) 어김없이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그러하니 과거 깊은 감정적 상처를 안겨주었던 경험의 기억을 현재 시점에서 뒷담화 하듯 의도적으로 혹은 수시로 상기하고 그 감정에 또다시 휩싸이면, 그때마다 본인도 모르게 인체 내부에서 엄청난 화학물질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현상도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요약하면 부정적 기억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상기할 때마다 인체내에서는 화학물질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며, 그 화학물질은 마치 녹이 강철을 야금야금 뭉그러뜨리듯 몸을 점점 망가뜨려 종국에는 질병을 발생시킨다.

프리다 칼로는 사춘기 시절 교통사고로 신체가 심하게 손상되어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수술 후유증에 따른 신체 기형으로 육체 고통이 심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왕성히 작품 활동할 나이인 47세에 프리다 칼로는 아쉽게도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림 기억(심장)을 감안하면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저질렀던 불륜의 부정적 기억이 그녀의 요절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본 연재의 목적인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쩌면 몰인정하다 할 수 있지만 냉정한 시각과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명심할 점은 부정적 경험의 기억을 제공한 사람은 상대방이지만, 과거 경험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끄집어내 현재 시점에서 되새김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본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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