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김명국 (17세기경)
『달마도』김명국 (17세기경)

 

중국 선종의 초대 조사 달마대사가 말하였다:

觀心一法 관심일법

總攝諸行 총섭제행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수행법이 다른 모든 수행법을 아우른다이다.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 방법에는 경, 염불念佛, 송주誦呪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출렁대는 자신의 마음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내관內觀이 모든 수행방법 중 가장 으뜸이라 하였다.

외부 상황이나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늘 알아차리라는 것(awareness)이다. 달마대사가 강조한 마음은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 몸의 가시적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봄은 본 연재의 주제 건강력을 기르자에 천금 같이 귀한 방편이다.

그림 A. 소화기관 및 각종 소화 도움물질(효소)
그림 A. 소화기관 및 각종 소화 도움물질(효소)

지난 연재에서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콜타르’, ‘’, ‘담배’, ‘과량 음식물등을 소개하였다. 공통점은 몸 밖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외부물질이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물질은 인체 내부에서 만들어져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물질은 인체 내부에서 만들어져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이다. 인간의 내부 장기에는 정상 생리 및 대사작용을 도와주는 수많은 물질들이 분비된다.

그것들은 세포가 생명을 보존하고 인체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물질들이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인 입에서 '침(타액)' 위에서위산’, 간에서 담즙’, 췌장에서 췌장액(아밀라제, 리파제)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림 A).

그 물질들은 매일 입으로 들어오는 먹거리를 잘게 부숴 흡수하기 용이한 형태로 탈바꿈시키는 일종의 효소로, 음식물이 몸의 에너지원과 구성성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변환시켜 주는 중요한 물질들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물질이더라도 만약 (1) 지나치게 과량으로 만들어지거나, (2)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3) 고유의 작용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로 유입되는 경우에는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돌변한다.

소화관 장기에서 분비되는 (타액)’, ‘위산’, ‘담즙’, ‘췌장액(아밀라제, 리파제)’는 매일 먹는 음식물에 포함된 덩어리가 큰 탄수화물, 고기, 지방을 흡수되기 쉽도록 잘게 부수고 흐물흐물 녹여버리는 화학물질이다.

그러한 화학물질이 혹시라도 과량으로 만들어지거나 정체되는 경우 혹은 본래의 작용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되는 상황에서는 일종의 화학적 화상을 일으킨다.

그림 B. 역류성식도염(좌), 바렛식도(중), 식도암(우)
그림 B. 역류성식도염(좌), 바렛식도(중), 식도암(우)

위에서 만들어지는 위산은 음식물 중 고기 등에 포함된 단백질의 소화에 관여하고, 특히 부지불식 중 입을 통해 들어오는 병균에 대한 살균작용을 담당한다. 위산은 인체 보존 및 병균 방어에 절대 필요한 물질이다.

그런데 위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단백질로 이루어진 위벽 혹은 십이지장벽을 녹여 궤양을 일으킨다. 또한 위산이 본래의 작용장소인 위가 아닌 다른 장소, 즉 식도로 유입되는 역류의 상황에서는 식도 점막에 화학적 화상을 일으켜 염증(역류성식도염) (그림 B-)’을 일으킨다.

그와 같은 상황이 장기간 반복되면 조직을 변성(바렛식도) (그림 B-)’시키고,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되면 식도암으로 발전한다 (그림 B-).

그림 C. 위-식도역류병 건강보험 진료인원 추이(단위, 만명) [출처; 서울경제]
그림 C. 위-식도역류병 건강보험 진료인원 추이(단위, 만명) [출처; 서울경제]

최근 유난히 주목을 끄는 현상은 국내에서 역류성식도질환의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다 (그림 C). 역류성식도질환은 위·식도 경계에 있는 댐의 문 같은 괄약근(조임근)’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 괄약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다가 먹거리가 들어오거나 트림할 때만 열린다. 하지만 위의 내용물이 꽉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괄약근이 반강제적으로 열리면서, 위산과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위산은 고기 덩어리도 흐물흐물 녹여낼 정도의 강산이다. 그러한 위산이 장기간 반복하여 식도를 자극하면 식도의 변성과 손상을 피하기 어렵다.

그림 D. 피부 태선화
그림 D. 피부 태선화

인체에 가해지는 물리-화학적 반복자극에 의한 변성과 손상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피부의 태선화이다 (그림 D).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 곤충 물림 등의 피부 질환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발작적 간지러움으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반복하여 긁다 보면 보들보들하였던 피부가 마치 가죽처럼 바뀐다.

그러한 현상은 피부세포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극에 적응하기 위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탈바꿈한 결과이다. 인체의 피부 및 내부의 모든 세포는 태선화가 보여주듯 반복되는 물리-화학적 자극에 변성되고 손상된다.

그림 E.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렛식도가 식도암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변성되고 손상되는 세포 [그림출처: 대한소화기학회].
그림 E.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렛식도가 식도암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변성되고 손상되는 세포 [그림출처: 대한소화기학회].

역류성식도질환인 바렛식도는 식도의 점막 세포(편평세포)가 위산에 강한 위점막과 비슷한 세포(원주세포)로 변성된 것이다 (그림 E).

그와 같은 세포변성은 식도의 점막이 위산이라는 강력한 화학물질에 버텨 내기 위한 나름 고육지책의 결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와 같은 변성을 초래한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반복되면, 안타깝게도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하고 암세포로까지 진행된다.

그림 F. 음식물의 식도 역류(좌) 그리고 비만 및 누운 자세에 의한 역류(우)
그림 F. 음식물의 식도 역류(좌) 그리고 비만 및 누운 자세에 의한 역류(우)

역류성식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유입되는 음식의 절대량이 위 용량을 초과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위는 음식을 담는 그릇과 같은데, 그 용량은 각자의 인체 조건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위 용량은 절대로 무한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계치를 넘어 밀려 들어오는 음식물은 결국에는 식도로 역류될 수밖에 없다 (그림 F-). 지난 주 연재의 주제였던 비만은 역류성식도질환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인체 복강의 공간 면적도 위 용량처럼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역시 제한적이다. 그런데 비만에서는 복강의 많은 공간이 지방조직으로 채워지면서, 위의 가용 용량이 외부 압박으로 줄어든다. 그러한 상황인데 비만을 유발하였던 식욕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역류성식도질환이 발생된다 (그림 F-).

역류성식도질환의 다른 원인은 음식물의 이동(진행) 방향이 변하는 상황이다. 음식물도 물질이므로 움직임의 방향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만약 음식물이 적정하게 소화되어 작은 창자(십이지장)로 넘어가기 전 그림 F-()처럼 눕거나 혹은 비스듬히 뒤로 젖힌 상태가 되면, 중력의 영향으로 음식물의 이동 방향이 바뀌면서 식도로의 진입이 용이 해진다.

역류성식도질환의 또다른 원인은 괄약근을 약화시키는 먹거리이다. 이에 해당하는 식품은 술, 커피,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초콜릿, 케첩, 머스터드 등이며, 그 이외에도 담배 그리고 일부 진통소염제 (아스피린)도 괄약근을 약화시킨다.

역류성식도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방편은 식사습관이다. 첫째,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가능한 소식하여 유입되는 음식의 절대량이 위 용량을 넘치지 않게 유의하는 것이다.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투브에 인기 먹방이 자주 방영되면서, 건강식, 맛난 음식 그리고 인싸 식당을 소개하여 시청자들의 삶에 크나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다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량의 음식을 마치 기계가 흡입하듯 먹는 장면이 유난히 클로즈업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진행자의 위 용량이 남다르게 대용량인 경우이니 행여나 무심코 따라 하지 않기를 권한다.

둘째, 정식이든 간식이든 야식이든 뭔가를 먹게 되면 눕거나 비스듬히 등을 기대는 자세는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되는 최소 2-3 시간 동안은 피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또한 식사 후 얼마 동안은 복압을 증가시키는 행동(: 운동, 자동차운전, 쪼그려 앉기, 책상 앉기 등)을 최대한 자제하는 여유가 요구된다.

셋째, 역류성식도질환의 유발 음식을 피하는 것인데, 세세한 종류를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떤 음식을 먹든 부족한듯 먹는다.

지난 주 연재에서 건강과 질병의 측면에서 양날을 지닌 칼이라고 소개하였던 음식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질이다.

그런데 인체 내부에도 건강과 질병의 측면에서 양날을 지닌 칼같은 물질이 의외로 많다. 질병예방과 건강을 위하여 자신의 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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