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의 천국』 피터 브뤼헐 (1567년)
『게으름뱅이의 천국』 피터 브뤼헐 (1567년)

그림 중앙의 나무를 중심으로 세 남자가 누워있다. 복장을 보았을 때 각각 다른 신분(농부, 군인, 귀족)의 사람들로 평상시에는 서로 팽팽한 긴장의 상황이 상존하는 관계지만, 주린 배를 음식으로 양껏 채운 후 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마치 한 가족인 듯 평온히 누워 있다.

세 사람 주위에는 먹을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림 중앙의 나무에 반지처럼 끼워진 둥그런 선반에는 음식과 술병이 널려 있고, 그림 왼편의 오두막에도 다양한 색상의 빵들이 온 지붕을 뒤덮었다.

저수지와 접해 있는 울타리는 소시지를 겹겹이 쌓아 만들었고, 울타리 너머 저수지에는 새하얀 우유가 한가득 차 있다. 팔을 약간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는 먹음직스럽게 구운 거위가 접시에 담겨 깨끗한 식탁보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림의 오른쪽 끝에는 팬케이크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무한 제공됨을 암시하는 듯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생존하는 선인장으로 모양새 하였다.

『게으름뱅이의 천국』 (부분)
『게으름뱅이의 천국』 (부분)

그림에서 가장 해학적인 장면은 돼지와 의인화된 계란이다.

맛보기로 얼마간의 등살을 이미 내어준 돼지는 허리춤에 칼을 차고는, 언제든지 세 사람의 식욕충족을 위해 살점을 더 내어줄 의지를 드러내며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또한 자신의 속살을 상당 부분 벌써 퍼준 달걀도 떠먹는 숟가락을 품고 한쪽 무릎을 약간 구부려, 언제든 냉큼 달려가 자신의 몸을 추가로 제공할 의향을 강하게 내비치며 근처에 대기중이다.

그림 게으름뱅이의 천국에는 풍성한 먹거리가 제공하는 안락, 평온 그리고 해학이 그득하다.

『루이 14세의 초상』 이아생트 리고 (1701년)
『루이 14세의 초상』 이아생트 리고 (1701년)

그렇다면 과연 풍성한 먹거리가 언제나 안락, 평온, 해학을 제공할까?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태양의 왕 루이 14세의 초상화다.

이 그림은 왕의 나이 63세에 그려졌는데, 당시 그는 프랑스를 공포 정치로 통치하였고 제왕으로서 권세와 위엄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림 속 의상과 도구들은 루이 14세의 즉위식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화려한 문양으로 고급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초상화는 바로코식 전통에 충실하면서 왕을 신격화하여 그렸다.

『루이 14세의 초상』 (부분)
『루이 14세의 초상』 (부분)

그런데 전체 그림의 구도에서 다소 특이한 부분은 양 발의 위치와 모양이다.

얼굴과 왼쪽 발은 정면을 향하는데, 오른쪽 발은 왼발과의 각도가 90도 이상 옆으로 틀어져 있어 결과적으로 몸 전체가 뒤틀렸다.

또한 오른발은 체중 전체를 실어 지면을 단단히 누르고 있는데, 왼발에는 힘을 얹지 못하고 발끝만 살포시 지면에 걸쳐 놓아 얼핏 보면 까치발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는 잠깐 동안은 항문의 (?)’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지만, 오랜 시간 서 있기에는 불편한 자세이다. 그렇다면 과연 왜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였을까?

그림A. 요산결정(좌) 및 발(족부) 관절에 요산 침착을 보여주는 영상(우)
그림A. 요산결정(좌) 및 발(족부) 관절에 요산 침착을 보여주는 영상(우)

루이 14세 왕은 통풍gout 환자였다. 통풍痛風은한문표현처럼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심한 통증이 돌발하는 참기 힘든 질병이다.

질병의 원인은 누차 강조하지만 인체body를 반복 자극하는 물리적 혹은 화학적 자극인데, 통풍의 원인은 요산uric acid (그림 A-)’이라는 화학물질이다. 그 물질이 몸의 관절에 침착(그림A-) 후 반복자극 및 염증을 유발하고 종국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그림 B. 통풍 유발 음식/ 채널 A 방송 화면
그림 B. 통풍 유발 음식/ 채널 A 방송 화면

그렇다면 통풍이라는 끔찍한 통증을 일으키는 요산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요산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세포 핵산(DNA, RNA)의 폐기물에서 비롯되지만, 대부분은 인체 밖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화학 물질에서 생성된다.

, 우리가 매일 생존을 위하여 혹은 기호식으로 먹는 음식에 포함되어 있다. 요산이 많은 음식은 주로 고기(, 내장, 붉은 고기, 베이컨, 고등어, 청어, 홍합, 대구, 송어, 새우, 가리비 등)와 술(특히 맥주)이다 (그림 B).

다만 그와 같은 고기와 술이더라도 적정량을 섭취하면 통풍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섭취된 음식이 인체 장기가 대사과정 후 체외로 내보낼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유입될 경우에는 언젠가는 통풍이 발병한다.

인체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요산이 몸의 여러 부위 특히,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그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반복 및 지속되면 종국에는 끔찍한 통증의 통풍이라는 질병이 찾아온다. 마치 빚쟁이가 오랫동안 쌓인 빚을 받으러 오듯이!

『통풍의 도입』 조지 크룩생크 (19세기)
『통풍의 도입』 조지 크룩생크 (19세기)

예로부터 이 병은 왕족이나 귀족들이 많이 앓아 일명 황제병혹은 귀족병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더 대왕,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 국의 헨리 7세와 8, 종교 개혁자 루터, 물리학자 뉴턴, 진화론 학자 다윈, 철학자 칸트, 독일의 문호 괴테, 프랑스의 소설가 스탕달 등 수 없이 많은 유명 인사들이 통풍 환자였다.

먹거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쪼들림 없이 여유롭게 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과거와 다르게 먹거리가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관계없이 풍요로운 현대에는 통풍은 황제병혹은 귀족병이라기보다는, 그림 통풍의 도입에서 보여주듯 음식이 입 밖으로 밀려 나올 정도로 넘치게 먹는 과식(혹은 탐식)이다.

결국 안락, 평온 그리고 해학을 주는 먹거리이지만 적정량 이상 지나치게 섭취한 경우에는 상상하기 힘든 통증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돌변한다.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은 인체에 무해한 먹거리일지라도 과식(혹은 탐식)하면 독성 화학물질(요산)로 돌변하여 인체body를반복자극하고질병(통풍)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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