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비상감염이 아니라 상시감염 이른바 계절성 독감으로 취급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물론 격리도 해제됐습니다. 무려 34개월 만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야말로 우리 주변의 일상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인 나흥식 박사는 동물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격리되면 스트레스로 인해 유해 산소가 많이 만들어 지고 장수를 의미하는 텔로미어 길이도 단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격리와 고립은 건강과 수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이런 코로나 와중에도 세계는 지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규모로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지난 2020년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현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인구감소의 재앙적 피해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일찌감치 인구문제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제부총리, 교육부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그동안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붇고 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최근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보통 2~3시간은 대기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 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국 국립대병원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의료진은 물론 의료수준 역시 지역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02029명이던 국립대병원 전공의 수는 202126, 202222명에서 올해 2023년에는 14명으로 지난 4년 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마저도 서울대병원에 지원한 10명을 제외하면 충북대와 전북대가 각 1, 전남대 2명이 전부이고 나머지 국립대는 단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마땅히 내놓을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의사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고 있으나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완전히 달라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대 신설 또는 증원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는 2025년 입시에 반영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에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의대 설립 등 규모와 방식 등 결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열어놔야 하는 등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체를 만들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의대 신설 또는 증원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 간에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의료산업과 관련, 우리나라는 태국과 싱가포르 등이 아시아지역 의료 허브로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난 65일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해 국내 방문 외국인 환자 수효를 지난해 25만명에서 오는 2027년에는 70만 명으로 3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목표달성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정부는 목표달성을 위해 비교적 엄격한 출입국 절차와 진료과목 편중 현상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 많습니다.

의료산업이 AI시대, 고령화 시대에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이고 우리나라는 우수 인력이 의료분야에 몰려 있는데다가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ICT)까지 갖춰 의료산업을 육성하기에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관광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각종 규제가 곳곳에서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성형과 피부과 위주의 진료과목도 암 치료와 이식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분야까지 확대해야 정부의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나 의대정원 확대 등 과감한 대책마련 만이 외국에 빼앗긴 의료허브를 되찾아 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창간 35년을 맞아 코로나 19 엔데믹이라는 좋은 소식 이외에는 고민거리만 늘어나는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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