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27일 새세대심장재단으로 출범한 한국심장재단이 내년(2024)이면 40주년을 맞는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내년부터는 중년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재단은 국내환자 4만여 명, 해외환자 1천여 명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71개 병원과 수술지원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매년 40여억 원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심장재단 박영환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은 지난 202111월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23년 올해는 토끼띠, 계묘년(癸卯年)이다. 올해 육십간지 중 40번째 해로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내년 설립 40주년을 맞는 한국심장재단 박영환 이사장을 통해 재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아보았다.[편집자 주]

한국심장재단 박영환 이사장
한국심장재단 박영환 이사장

선천성심장병과 후천성심장병 등 우리나라 심장질환자들을 위하여 한국심장재단의 발자취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많은 업적을 쌓은 조직이다. 이런 단체의 제14대 이사장에 취임하셔서 상당한 자긍심과 함께 부담도 많았을 것이다.

재단은 1984년에 설립되어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치료받지 못하고 질병의 고통 속에 있는 심장병 및 기타 질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통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선천성·후천성 심장병 환자 및 기타 질환자들의 치료비 지원에 매진하여 39천여 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특히 가장 보람을 갖고 있는 부분이 후원금 100%를 전액 환자들의 진료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사업비를 집행하고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투명하게 운영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재단이사로 상당기간 동안 활동했다. 특히 심장병어린이 무료진료 등을 통해 심장병어린이 슈바이처라는 애칭도 들었다. 이 같은 활동 등으로 인하여 현재 재단 이사장으로 더 많은 심장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전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심장재단은 사실 소아심장 환자들 수술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주된 역할입니다. 제가 소아심장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재단활동에 필요하고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 이사장님이 추천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재단이사로 위촉된 후 심장 관련 전문가로서 많은 일들을 했었고 그런 활동 등이 이사장으로서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선출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재단은 약 4만여 명의 심장병 환자들에게 각종 지원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심장병 환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앞서도 지적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환자 초청 등으로 다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환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한 환자가 있습니다. 그들 역시 우리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경우는 심장병어린이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러울 만큼 심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해외 의료진 연수 같은 걸 했지만 현재는 4개국 5개국의 의료진 5명을 1년 이상씩 연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초청 수술에서 더 나아가 그 나라 의료진에 대한 연수지원 사업도 실행하고 있습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이와 함께 심장병 예방을 위해 심장병 건강강좌심장병 예방 걷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심장병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 연구와 우수논문상 수여 등 현재를 연구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부 단체가 후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심장재단은 어떤가.

심장재단이 내년이면 40주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전국 수많은 개인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만 약 1천억에 이릅니다. 이 후원금은 약 4만 명 환자들한테 지원했습니다. 물론 투명한 외부 회계감사도 받고 있습니다. 후원금 전액을 한 푼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전액 치료비 지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등 그 밖의 재원은 부동산 수익 등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심장재단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익재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유수의 심장재단들의 후원금이 70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 재단 40억 원 정도의 후원금이면 아주 상위권이라고 생각 듭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30만 명 정도가 태어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 사회에도 진입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심장재단 역시 본연의 사업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애들이 너무 많이 태어나지 않아 재단할 일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얘기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과 함께 심장수술 역시 엄청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거의 치료할 수 없는 심장병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심장보조 장치나 심장이식 등 과거에 하지 않았던 것까지 합해서 보면 사실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장재단은 올해도 결국 어린이 심장병 수술지원 사업을 주축으로 얼굴기형 또는 장기이식 환자들을 계속해서 지원하려고 합니다. 1980년대 아주 못 살았던 대한민국에서 심장병 수술한다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지만 최근 대한민국은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것에서 더 높은 곳, 한마디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생활 전반에 대해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하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개발도상국보다도 의료환경이 더 열악한 북한은 어떠한가.

지난 2018년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북한 의료지원 사업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북한 어린이들은 심장수술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심장병을 가진 채로 또는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해외 의료진 연수활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해외에 있는 아이들 데려다가 수술하는 것들도 결국은 북한 아이들을 데려다 수술하거나 북한 의료진을 연수하거나 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언젠가는 심장재단이 북한 심장병어린이들에게 생명의 구명줄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단은 다각도로 북한 심장병어린이 지원방향 등을 연구하고 또 실행가능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미 준비는 모두 해 놓고 있습니다.

요즘 필수의료 얘기가 의료계 화두입니다. 필수의료하면 소아심장이나 심장외과는 반드시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이젠 두 진료과 모두 지원기피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1년에 3천여 명의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인기 진료과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는 정원의 17% 정도가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잇습니다. 이들 지원자 가운데 소아심장 전문의는 아예 지원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흉부외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재단은 소아심장을 전공하는 소아과나 소아심장외과 의사의 경우 해외 유수한 병원에 1년 동안 연수할 수 있도록 1년에 두 명 정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2명은 연수를 했습니다. 또 한명은 연수중이고 한 명은 내년 초에 연수예정입니다. 일단 심장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아심장 관련,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몇 명인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분이 대략 40~50명 선입니다. 문제는 이 분들이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은퇴할 연령층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른바 빅 5 정도에는 젊은 분들도 있지만 그 밖의 의료기관에는 50대 초반이면 아주 젊은 층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빠른 시일 안에 충원이 안 되면 현재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계속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나이 많은 분들은 이제는 수술하기 싫어합니다. 나이든 분들은 당직도 싫어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아심장수술 전문의들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한국심장재단은 어떻게 출범했나.

심장재단이 다른 사회복지단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198311, 당시 국빈방문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돌아갈 때 두 명의 심장병 아이들과 함께 출국했습니다. 당시 한국일보 사설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사는 나라인데 이런 아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해외로 보내느냐라는 자성과 함께 범국민적인 모금 활동이 생겼어요. 어떤 사회복지재단도 범국민적인 이런 모금으로 탄생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때 조성된 재산이 결국은 재단의 굉장히 큰 주춧돌이 됐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후원금은 오롯이 환자한테만 쓸 수 있다는 재단으로서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재단은 후원금 등 수입금의 약 15% 정도는 행정비나 사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심장재단은 이를 이자와 임대 수익으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2023년 토끼띠,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심장재단이 더욱 훌륭하고 모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원한다.

앞으로도 한국심장재단은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 위기에 처한 심장병 환자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나아가 한 가정의 미래를 밝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한국심장재단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영환 이사장은

현재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부산과 여수를 20년 넘게 오가며 무료진료를 통해 발견한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을 현재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등으로 2016년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 대한소아심장학회 이사장,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것을 비롯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심사평가위원, 한국조직은행연합회 심혈관분과장,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직은행평가위원회 평가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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