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006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의 의견 조회와 인권,건강,빈곤 관련 시민단체들의 진정 접수 등을 바탕으로 관련 사안을 검토한 결과, 이번 개정안은 ‘의료급여 수급권자’(과거 의료보호대상자)들의 건강권,의료권 및 생존권,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침해의 우려가 있고, 일반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 등과 비교할 때 불합리한 차별적 소지도 존재하며, 국가의 최저생활보장 의무 및 공공부조의 원리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 및 관련 전문가 등과 충분한 사회적 토론 및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히 추진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번 보건복지부 개정안은 최근 의료급여 재정 급증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면서 이 중 수급권자 관련 대책을 우선 제도화하려는 것으로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 진료시 본인부담금 부과 및 매월 일정액의 건강생활유지비 지원 △의료급여일수 상한일수 과다초과자에 대한 선택병,의원제 실시 △단순치료보조제인 파스의 비급여대상 전환 △의료급여증의 플라스틱 카드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권위는 정부의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그동안 의료급여 재정이 대폭 증가해온 사정을 감안할 때 국가 재정의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하고, 일부 불필요한 오남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필요하나, 이번 복지부 개정안의 몇 가지 내용들은 대다수가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건강권 등 인권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1종 수급권자의 외래 진료시 본인부담금 부과 조치는 일부 오,남용 이용자에 대한 개별적 제한 조치가 아니라 1종 수급권자들의 병원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성격의 조치라는 점에서 다수 수급권자들의 의료 이용 접근성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수 수급권자들의 건강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월 6천원 상당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선지원하여 본인부담금을 감당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등 일부 수급권자들은 불가피하게 건강생활유지비 이상으로 본인부담금을 지출하여야 할 것으로 예측되어 이로 인해 이들의 의료 이용 위축이나 생계 장애 등 피해 규모에 대한 추계나 보완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가 높은 수준이어서 개선 과제로 논의되어온 점을 감안할 때, 1종 수급권자에게까지 본인부담금을 부과하여 추가적 의료비가 지출되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최저생활보장 의무에 위배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선택병,의원제도 역시 본인부담금 면제를 조건으로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1종 수급권자의 의료기관 이용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의료급여기관 선택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되며, 이처럼 당사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제도를 취약 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먼저 적용하는 것은 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노인질환자가 많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특성상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파스 품목을 비급여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일부 오,남용 자에 대하여 수급권자 사례관리나 공급자(약국 등) 규제 등을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획일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 과잉 침해의 소지가 우려되고, 파스에 의존해야 하는 일부 수급권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켜 의료 접근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화해서 수급권자의 신상정보를 담고, 진료 전에 수급권자의 자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진료 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에 대하여도,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이 우려되고,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와 비교할 때 차별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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