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제 방식의 요양병원 회복기재활을 허용해야 재활난민과 지방의료 붕괴를 동시에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는 현재 일부에서 병동제 방식으로 요양병원 회복기재활을 허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8일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활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편마비, 뇌성마비, 하반신 마비 등 회복기 재활이 필요한 장애환자들이 대도시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서울과 인천, 경기 이외의 지역 2명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회복기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활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는 회복기환자 수급, 의료인 법정요건 충족에 따른 구인난 및 인건비 부담 등으로 설립여력이 없다.

이는 현재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 병원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나 자치단체가 설립한 곳뿐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본 사업을 강행하면 외래나 수술, 회복기재활도 대도시에 집중되는 심각한 쏠림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협회는 이미 2005년부터 366개에 달하는 요양병원들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전문재활치료를 해오고 있는 만큼 이런 지역 인프라를 활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대도시로 나가 재활치료를 받아야하는 지방 환자들의 불편과 비용 증가를 막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와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요양병원에 ‘호스피스병동’ ‘치매병동’ ‘암병동’ 등이 있는 것처럼 회복기재활 역시 지역 특성에 맞게 적정 규모의 ‘병동’으로 운영하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활의료기관 운영기준에 따른 인력 및 시설 등은 다른 병동과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운영하되 이를 제외한 식당, 검사실, 방사선실, 원무 및 심사, 조리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면 중복 투자를 최소화해 환자의 질 향상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제도 틀 안에서 요양병원이 회복기 재활의료에 참여하려면 별도의 급성기병원을 설립하고 모든 인력과 시설, 장비를 이중으로 갖춰야 하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재활의료기관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요양병원이 병동제 방식으로 참여하면 시설 중복투자를 막고 커뮤니티케어의 본질인 지역 중심의 회복기재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활병원협회는 최근 자료를 통해 재활의료기관이 아닌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허용하면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이 대거 진입해 난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요양병원업계는 지적했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기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수술과 급성기 입원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재활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형병원의 회복기재활 시장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건강법 제18조 1항을 개정해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인력·장비 등의 기준을 갖춘 병원 또는 ‘요양병원 병동’을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하면 대형병원의 진입 우려를 원천 차단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손덕현 회장은 “3차 의료기관이 병동제 방식으로 회복기재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 재활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고 요양병원과 중소병원만 병동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회는 일부에서 요양병원의 재활치료 수준이 낮아 재활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부분도 반박했다.

협회는 “재활의료기관이든, 병동제 방식의 재활이든 전문재활치료를 하는 인력들은 의학적으로 동일한 전문기능을 수행하고 단지 의료수가와 제도상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요양병원이 재활난민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의 재활심사기준과 수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급성기병원은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면 재활기능평가표를 작성하고, 3개월 치료 후 재활기능 호전 여부와 전문재활치료 지속 여부도 평가표를 보고 판단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환자평가표에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식사하기, 체위변경, 옮겨앉기, 화장실가기 등)을 작성하고 재활기능평가표를 작성하더라도 수가 자체가 없다.

3개월 치료 후 호전 여부를 평가하는 것 역시 재활평가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환자평가표를 보는 게 전부다.

급성기병원은 △연하검사(VFSS) △물리, 작업, 언어치료 기능평가 △산소투여시 재활 △단순물리치료 등이 보험 적용되지만 요양병원은 수가를 청구할 수 없다.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이 일부 제대로 된 회복기재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전문의와 치료사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급성기병원과 재활수가 및 심사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더 나은 치료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재활병원협회는 “요양병원은 의사 대 환자(1대40) 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간호사도 수도권 이외 지역은 1대6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협회는 요양병원이 회복기로 전환하도록 적극 유도하기 위해 각각의 항목에 대한 평가시 구간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피력했지만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기준을 일부 완화해도 극히 일부 요양병원만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 환자들이 대도시를 떠돌아야하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재활병원협회의 주장은 일부 집단이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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