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준수 이사장

지난해 말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 사건부터 최근 진주시 한 아파트 사건까지 정신질환 관련한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이런 사건들은 정신질환자 관리체계가 확립이 되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난 17일 진주 방화살인사건으로 영면한 피해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치료 중인 피해자들의 빠른 쾌유 기원,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학회도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관 사망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는데 이 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사건의 책임은 정신질환자가 아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는 것으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또 현행법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은 입원을 신청할 수 없고, 때문에 진주 사건 피의자의 형은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도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신고가 들어왔을 땐 어렵다며 돌아갔는데 바로 눈앞에서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찰도 민원과 행정 소송을 염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은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강제입원을 꺼릴 수밖에 없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사법입원을 통해 강제입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학회는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피의자가 지역사회에 방치됐다는 점”이라며,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외래치료지원제를 포함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가 거부하면 외래 치료를 강제할 수 없고, 사법입원을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한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등 핵심법안은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학회는 “이번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신질환자가 편견과 차별 없이 조기에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밝히고 △중증정신질환 초재발급성기에 대한 신속한 안전행정체계 개입체계 구축 △신체질환과 차별없는 급성기와 재활기 정신의료체계 구축 △자타해 위험 중증정신질환 상태에 대한 사법입원/외래/지역사회 의무치료제 등 국가 책임성 강화 △지속적치료, 탈원화 및 지역사회 회복 촉진을 위한 지역정신보건인프라와 정신장애인 복지인프라 확대 등을 제안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회장 김지민)도 같은 입장에서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 지역사회 중증정신질환자 관리를 통합해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시행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도마련을 위해 법원, 복지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자, 가족단체로 구성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추진위원회’ 설치 △더 이상 전문가와 환자의 요구를 배제한 무책임한 미봉책이 남발되지 않도록 정신건강복지법 관련 정책입안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평가제 시행 등을 요청했다.

한편 권준수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과 함께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주 방화 살인사건 책임은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며, 이같은 입장문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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