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민석-허재원 교수(좌측부터)

심장기능이 떨어져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맞춤형 수술관리로 간-신장 동시이식을 성공한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보고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채민석(1저자)·허재원(교신저자) 교수팀은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김동구·유영경·최호중)과 신장이식팀(윤상섭·박순철·조혁진) 등과 함께 지난 6월 간경화와 만성 신부전으로 간과 콩팥을 동시에 이식 받아야 하는 60대 남성 환자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중 심장초음파를 확인하며 환자의 생리적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했으며 혈액형 일치 간이식과 불일치 신장이식 첫 사례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동시 장기이식 수술 중 환자의 마취 관리 매뉴얼은 없어 최고 난이도 장기이식 수술에 참여하는 마취과 전문의에 중요한 의학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자는 수술 전 심장기능이 저하되어 심한 좌심방 확장 및 좌심실 비대(심장이 정상에 비해 커져있는 상태)였다. 심장의 전기적 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QT 간격도 연장되어 수술 중 실신, 경련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간을 먼저 이식받은 환자는 우려대로 재관류증후군이 심하게 발생했다. 일반 장기이식 매뉴얼대로 심장 기능을 살리는 에프네프린 약제를 사용했지만 오히려 중심정맥압력과 평균 폐동맥압력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하여 이대로는 심장이 수술을 버틸 수 없었다.

채민석 교수팀은 일반적인 수술에서 사용하지 않는 ‘응급사혈요법(phlebotomy)’ 을 택했다. 즉 환자의 중심정맥관을 통해 혈액을 빼, 심장의 크기가 정상보다 커져 위험해진 환자의 심장기능을 정상으로 하려는 계획이지만 이미 간이식 때 출혈이 심한 상황이라 환자의 생리적 변화를 정확하고 면밀하게 관찰했다. 다행히 200cc가량의 피를 빼자 심장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고비를 넘어 바로 진행된 신장이식도 만만치 않았다. 간이식은 수술 후 간이 붓는 간 부종으로 간 기능이 떨어져 수액을 덜 공급해야 하지만 콩팥은 수액을 최대한 많이 공급해 이식 후 신장이 재빨리 기능하여 소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두 수술의 수액요법이 상반된다.

특히 심장기능도 심하게 저하된 환자의 적절한 수액 요법 매뉴얼도 없고, 게다가 환자의 혈액형과 불일치하는 기증자의 콩팥을 이식해야 해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장만 단독으로 하는 수술법과 다른 수액요법을 결정했다. 환자가 신장 이식 수술을 다 마칠 때까지 많은 양의 수액을 투여하기보다 기존 환자가 가지고 있던 수액 양 만큼만 적절하게 유지하여 부족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수액을 공급했다.

신장이 환자에 성공적으로 이식되고 혈관으로 이어지면서 소변이 나오는 것을 본 후 그때부터 수액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환자는 총 12시간 30분이라는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에 입원, 수술 후 7일째 호전된 상태로 일반병동으로 옮겼으며,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채민석 교수는 “예전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간이식 수술 중 환자의 식도 안에 심초음파 프로브(probe)를 넣어 직접 심장 기능 변화를 감시하며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환자의 식도 정맥류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금기되어 왔으나, 최근 심장 기능이 저하된 채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증가하여, 심장초음파를 통해 수술 중 심장 기능의 변화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장기이식수술 시 마취과 최신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이어 채 교수는 “특히 여러 장기 동시 이식 환자 마취 관리에 대한 일괄적인 지침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복잡한 환자의 병태 생리 상태에 맞춰 세심하고 적절하게 이식된 장기의 기능 손상을 막고 회복될 수 있도록 여러 혈역동학적 마취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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