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향, 김정현 교수

자살 취약 집단으로 꼽히는 대표적 직군은 소방관이다. 10만 명 당 자살률을 비교하면 OECD 평균은 12.1명인데 비해 대한민국 평균은 25.6명, 소방공무원은 31.2명에 이른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순직한 소방공무원 수(51명)보다 자살한 소방공무원(78명)이 더 많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김정현·김인향 교수팀은 경기도 소방공무원 715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소방관이 자살을 생각하는데 있어서 불면증과 알코올 사용 장애가 중요한 매개 요인임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에 노출된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자가약물 수단으로 술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을 장기간·다량 복용하는 경우 불면증과 같은 수면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게 될 수 있다.

결국 전반적인 문제해결능력이나 감정 조절능력 등이 저하되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게 된다.

김인향 교수는 “교대 근무하는 소방관의 경우 근무 여건으로 인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불면증을 경험하는 경우 부정적 사건을 계속 반추하는 등 자살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한다”며, “트라우마를 잊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찾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교수는 “격무에 고생하는 소방공무원의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며,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통해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우울과 불안(Depression and Anxiety)’ 2018년 7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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