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우 교수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등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과 질환이다. 유병율이 전인구중 1%에 달한다.

대개 10대 후반이나 20대에 발병하여 평생에 걸쳐 투병을 하게 된다. 예후는 매우 다양하다. 3분의 1은 거의 회복하여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3분의 1은 악화와 재발하는 시기가 있어 고통받는다. 3분의 1은 진행형의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망상과 환청이 극심한 급성기에 일부 자타해의 위험이 있지만 치료중인 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은 일반인보다 낮다. 급성기 시기에는 때로 자신의 의사에 반해 치료가 제공되어야 할 수 있다. 이때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생명, 공공의 이익 사이에 충돌이 존재할 수 있다.

유사한 신체질환으로 결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결핵처럼 증상으로 고통이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도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제대로 복용하지 않다가 약제에 내성만 생기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스스로 약을 먹지 않거나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정부가 입원명령을 내릴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 등 피해를 줄수 있는 공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도 500명이 입원명령을 받은 바 있다. 입원명령을 거부하면 벌금으로 500만원이 부과된다. 생명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시각이다.

여기서 법과 국가의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어야한다. 개인의 결정이냐 보호자의 책임이냐 국가의 결정과 책임이냐가 조현병의 급성기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오랜 기간 이 질병의 부담은 오롯이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통과되면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행정입원이 제도화되었지만 여전히 보호자의 목이 더 컸다. 반면 서구에서는 법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 등의 행정기관에서 입원을 결정해왔다.

2016년 10월 정신보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이 있었고 위헌판정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국회는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문의 2인 이상의 진단이 입원의 필수요건이 되었고 정신질환의 존재와 자타해위험이 둘다 존재해야 입원이 가능한 것으로 변경되었다. 2017년 5월 법 시행 직전 시행령에서는 자타해위험의 높은 개연성수준으로 기준이 완화되고 2인진단의 예외규정으로 퇴원대란은 최소화되었지만 입원이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함께 제공되야할 퇴원 후 대책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자타해의 위험이 분명한 환자에 대한 외래치료명령제는 법에는 존재하나 현실에는 담당할 인력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여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퇴원 후 환자가 약을 먹지 않고 병원에 가지 않으면 그 책임은 보호자의 몫이다.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퇴원 후 사례관리와 같은 전문가가 집을 방문하여 약을 챙기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고강도 서비스는 여전히 국내 건강보험 서비스 목록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서비스이다.

이런 시스템의 부재속에서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는 수많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사건과 사고의 소식이 매일매일 지면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댓글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비난과 격리의 요구가 가득하고 이를 보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이 질환을 숨기려 할수록 재발과 사고의 위험성은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더 이상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인한 편견의 악순환은 이제 중단해야한다. 촘촘한 시스템을 통해 조현병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정책이다.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고 제공하지 못해 희생자만 발생하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고 안타깝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라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책이다.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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