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 시행을 5개월 앞두고도 정부가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법의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명칭으로 개정되어, 2017년 5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의 취지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강화, 수용위주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 그리고 전국민 대상 정신건강의 증진과 정신질환자 대상 복지 서비스의 확보 등이다.

그러나 정신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자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보건법 대책 TFT를 꾸리고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신보건법은 전문가의 의련 수렴 없이 졸속 심의·통과돼 문제점이 있다”라면서 “또한 정부 담당 부서의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인해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실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큰 문제점은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입원 관련 조항들이다. 입원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일치된 소견을 요구하는 조항이 우려의 대상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는 본래 입원 과정과 달리 국가가 관여해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예산 확보는 전무하고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의 충원만 논의하고 있다. 이런 대책으로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2차 진단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역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 수립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를 두고 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와 완전히 역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미 과다한 진료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병원 의사들이 2주라는 법정 시한 이내에 2차 진단을 해낼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개정 법안에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직적인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을 위한 대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부가 올바른 정책적 접근을 통해 소비자 욕구에 맞춘 정신보건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여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정신질환과 정신의료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회는 “현재 개정 정신보건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벌어질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며 “조속한 법의 재개정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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