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박휴정, 장기육 교수

 난치성 고혈압 환자를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시술로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발표됐다.

보톡스는 주로 미용성형에 쓰이지만 세계적으로 60% 이상 질병치료에 활용되며 소아 뇌성마비, 사시, 요실금, 근육강직증, 편두통 등 치료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혈압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 ·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팀이 4가지 이상의 약과 신장신경차단술로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치료중인 환자(남성, 20세)에게 보톡스를 이용한 복강신경총 블록(신경차단술)으로 시술한 결과, 최근까지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로 혈압이 조절됐다고 밝혔다.

복강신경총은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모인 신경집합체로 흉추12번과 요추1번 앞쪽 복부에 위치하며 대부분의 상복부 내장혈관을 조절한다. 주로 상부 위장관계, 췌장, 간, 담낭 등 복강 내 장기의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통증의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이 부분의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한다.

복강신경총 블록은 희석된 국소마취제로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로 약제주입 후 일시적으로 혈압이 저하될 수 있는데 최근 쥐에서 복강신경총을 절단하여 혈압을 조절한 동물 연구 보고가 발표된 바 있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고식적인 고혈압 약물에 불응성 환자에게 복강신경총 블록을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적용했다.

오씨는 14세인 2010년부터 지역병원에서 고혈압약을 복용하였으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16세인 2012년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를 내원했다. 4가지 이상의 약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였으나, 수축기혈압이 최소 170~180mmHg, 심할 경우 200 mmHg이상으로 여전히 조절되지 않았다. 검사결과 이차성 고혈압을 일으킬 만한 원인 질환이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환자였다.

환자는 177cm, 몸무게 106kg, BMI: 33.8로 비만이었다. 의료진은 불응성 고혈압의 가장 큰 원인을 비만으로 판단해 체중감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013년 난치성 고혈압을 치료하는 새로운 최소침습시술인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았다. 혈압을 올리는 대표적인 신경인 교감신경을 차단하여, 교감신경 자극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시술이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4년 1월 통증센터로 의뢰되어, 혈압 조절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복강신경총 블록을 시행하였다. 시험적으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양쪽 신경총에 넣는 시술이후, 환자는 3일간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를 유지, 혈압 조절 효과를 확인하였다.

신경차단술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톡스를 이용하여 복강신경총 블록을 시행하였다. 한 달의 경과 관찰을 하는 동안 단 한 차례 170/100mmHg이 관찰된 것을 제외하고 150/90mmHg 이하 혈압을 유지했다. 세 달 뒤인 2014년 4월 같은 용량의 보툴리늄 톡신을 이용해 두 번째 블록을 시행하여 2014년 8월까지 효과를 유지하였다. 이후 3번의 추가 시술을 통해 2016년 4월 현재 조절된 혈압이 유지되고 있다.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고혈압은 대부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는데,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을 병행하면 복용 약의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약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으므로, 담배 끊기, 음주 자제,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ㆍ허리둘레 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 정기적으로 혈압측정과 같은 좋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세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불응성 고혈압 질환 환자는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 비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통증센터장 박휴정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 증례를 통해 보톡스를 이용한 복강신경총 블록이 불응성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보톡스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 혹은 시술 효과를 유지시키는지 등, 정확한 기전에 대한 연구 및 다수의 증례를 통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Toxins 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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