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대 교수와 이화대 동대문병원장을 역임했으며 순환기학회 창립멤버인 고 윤해병 박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부제를 단 ‘그 분의 발자취를 따르다’가 발간됐다.

윤해병 박사의 아들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호중 교수가 선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상에 펴낸 이 책은 고(故) 윤해병 박사가 세브란스 의대를 졸업하고 2차에 거쳐 미국 코넬대, 뉴욕대에서 유학을 한 후 이대의대 교수와 동대문 이대부속병원장을, 그리고 두 번째 유학 직후에는 대한순환기학회(현 대한심장학회) 초창기 멤버로서 학회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5년에는 대한순환기학회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순환기학 태동기와 정착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정년퇴임 후에는 인사동에서 22년 간 ‘윤해병 내과’를 개원하며 90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성실하게 환자 진료를 하시면서 의사로서의 모범을 보인 일대기가 아들의 눈을 통해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회고록은 윤호중 교수가 선친을 회고하면서 그 분의 발자취를 책으로 담기 위해 선친이 남긴 각종 소장품들은 물론이고 발로 뛰며 수집한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선친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회고록 중에는 선친이 남긴 각종 소장품들은 물론이고 1950년대와 1960년대 대한순환기학회 태동기와 정착기 그리고 초창기 동대문 이대부속병원에 대한 소중한 자료들이 하나의 책으로 정리되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저자의 머리말을 통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2 년의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 당신이 쓰시던 책상에 앉아본 적이 있었다. 책장에 꽂혀있는 누렇게 색이 바랜 책들, 앨범들 속의 흑백 사진들, 그리고 그 옛날 사용하셨던 물건들이 눈에 들어 왔다. 전에는 새로울 것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 버렸던 그 분의 소장품들이 그 날 따라 정겹게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그 책상과 책장에 남아 있던 물건들은 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소중한 보물들이었다. 책장 한구석에 켜켜이 쌓여 있던 먼지 덮인 서류와 노트들은 언젠가는 내가 들추어 보리라고 생각하셨던 아버지의 역사였다.”
<중략>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당신이 지내온 험난했던 삶에 대해서 들어 왔지만 그 때는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남겨놓으신 보물들을 하나 둘 들추어 보면서, 퍼즐을 맞추듯이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워낙 긴 세월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퍼즐이 잘 맞추어지지 않았다. 또 이제는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분들도 남아 계시지 않았다. 나는 5년여에 걸쳐서 그 분의 어린 시절부터 발자취를 쫓기 시작하였다. 퇴색 된 흑백 사진 속에서, 남겨놓으신 많은 자료들 속에서, 수십 년 전의 신문기사 속에서, 그리고 서초동 국립도서관에서 그 분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선친의 유년기부터 청년시절(1916년~1948년)을, 2장은 2차례에 걸친 선친의 미국유학시절(1948~1957년)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3장은 부모님의 만남과 결혼이야기를, 4장은 이대의대 교수와 동대문 이대부속병원장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장은 선친의 학회 및 사회활동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선친이 국내에 순환기학문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후 6장부터 10장까지는 선친의 개인 일상과 밀접한 내용들(학위 관련 논문 및 강연노트, 개원의 생활, 취미생활, 지인관련 내용, 개인소장품 소개 등)로 구성되어 있다.

윤호중 교수 역시 순환기내과 분야에서 주목받는 학자라는 점에서 이번에 출간한 회고록은 아들이자 후학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선친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후기의 글에서 잘 나타난다.

“돌아 가신지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제 인생의 스승이셨습니다. 이제서야 그 분의 가르침을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호중아, 앞 만 보고 달려가지 말고 뒤도 돌아보고 옆에도 좀 쳐다보렴..’ 환하게 웃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윤호중 교수는 현재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내과학교실 순환기내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윤해병 선생님 탄생 백주년, 그 분의 발자취를 따르다 / 윤호중 지음 / 지에이치코리아 펴냄」 (ISBN-9788996731528 0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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