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는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마을이 있다. 황순원 선생의 고향은 평안남도 대동군이다. 문학관은 주로 작가의 고향이나 생가가 위치하는데 왜 양평에 황순원 문학촌이 있을까.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라는 한 줄의 문장 때문이다. 이 한줄을 근거로 황순원이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한 경희대와 양평군은 양평에 소나기 마을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그리고 양평에서 소나기 마을로 가장 적합한 곳으로 서종면 수능리를 찾아냈다.

마타리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로 접어들 무렵까지도 계속하여 피어나 오래도록 꽃을 볼 수 있다. 꽃자루 끝에 매달린 작은 꽃송이들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미타리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노란색의 역삼각형 꽃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노란 양산처럼 생긴 꽃, 마타리 이야기가 나온다.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폿한 보조개를 떠올리며···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폿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움큼을 꺾어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넘긴다.

순수한 사랑을 그린 단편소설, 황순원(1915-2000)의 <소나기>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갔던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 준 여러 가지 꽃 중에는 양산처럼 생긴 노란꽃 ‘마타리’가 있다.

마타리꽃은 여름 끝자락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다. 마타리꽃은 키가 크다. 여름을 처리한 처서 이후 도로변 산기슭에 키다리 노란 꽃무리로 황금색 물결로 흔들리는 꽃들이 마타리꽃이다. 꽃과 꽃대가 황금색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면서 보통 1m 넘게 자라났으니 가을 풀들 속에서 바람에 하늘거린다.

꽃이 피어있다기보다 길가에 서있다는 표현도 가을경치다. 키 큰 꽃, 바람에 휘날리니 그 모습은 애절하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마타리를 양산처럼 들고 서있으면서 소년을 향해 살짝 웃음을 띄고 있는 모습을 애절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글로 표현했던게 아닌가 상상도 해보게 되는 리얼하고 진지한 장면의 모색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면 산과 들에 나가보아도 예쁜 꽃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여름꽃은 이미 져버렸거나 시들어서 제 빛을 잃었고 가을꽃은 아직 때가 일러서 피지 않았다.

마타리는 간절기에 피어 오랫동안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지는 꽃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산다. 백두산으로부터 척박한 산지에서도 볼 수 있다. 키가 큰 꽃 무리지어 핀다. 야생화 공부를 위해 산행시 들고 다니는 <쉽게 찾는 우리꽃>의 가을·겨울 꽃 그림 책에서 찾아야 되었다.

어떤 연유로 ‘마타리’라는 외국꽃 이름 같은 이름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역할을 한 ‘마타하리’를 연상시켜 외래어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마타리’는 순 우리말이다. 줄기가 길어 말(馬)다리처럼 생겼다고해서 ‘마타리’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꽃냄새가 하도 심하게 나서 맛에 탈이 나게 하는 식물이라 ‘맛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마타리는 가늘고 약한 줄기를 가지고 있지만 질기고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한다. 그 꽃자례는 독특하다. 아래쪽에 달리는 꽃자루는 길고, 위로 갈수록 점점 짧아진다. 그 끝에 작은 꽃송이들이 일직선으로 매달려 꽃이 핀다. 꽃자루가 아래쪽일수록 길고, 위쪽으로 가며 짧아져 꽃들이 수평면으로 가지런히 피는 꽃차례를 산방화서(傘房花序)라 부른다.

마타리가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며 노란색 역삼각형이 수없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모양이다. 마타리는 마타리과에 속하는 다년초다. 꽃에는 꿀이 많다. 늦여름에 그 키가 1-1.5m 정도로 성장하여 노란 꽃차례를 달고 가을이 되도록 피고져서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깃털처럼 길게 갈라진 잎은 서로 마주보고 달린다. 그 사이에서 꽃자루가 나온다.

마타리와 비슷한 식물 중에는 금마타리, 돌마타리 그리고 뚝갈이 있다. 뚝갈은 흰색꽃이다. 그래서 쉽게 구별된다. 금마타리와 돌마타리는 마타리보다 포기가 작고 아담하여 키도 사람의 무릎 아래 닿을 정도의 크기다. 금마타리는 그 잎 모양이 돌단풍처럼 둥글다. 잎 가장자리는 5-7갈래로 갈라져있다.

마타리의 뿌리에서는 콩 썪는 냄새가 난다하여 패장(敗醬)이라고도 하며 들판에 피는 노란꽃이라 하여 야황화(野黃花), 황화용아(黃花龍?) 우리말로는 가양취, 미역취(다른 이름의 꽃이 있다), 마초(馬草), 여랑화(女郞花)로도 부른다.

마타리는 ‘취’나물이다. 어린 싹을 나물로 무쳐 먹을수 있다. 물에 우려먹기를 권한다. 관상용으로 이용되나 키가 커서 야성적이다. 마타리는 오밀조밀한 정원에 심을 수 있지만 정원수로는 돌마타리를 심기를 권하고있다. 식물체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점은 유의해두어야 한다.

소설<소나기>에 등장하는 꽃은 마타리만이 아니다. <소나기> 앞 부분에 나오는 ‘갈꽃(갈대꽃)’에 대한 묘사도 아름답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 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움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 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피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는 마타리, 갈꽃 외에도 메밀꽃, 칭덩굴, 등꽃, 억새풀, 떡갈나무, 호두나무 등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나기 마을 광장에 들어서면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하려고 작은 움막형태로 만들어놓은 수숫단이 있다.

황순원 문학관은 수숫단 모양을 본떠 2009년 3층으로 지었다. ‘마타리꽃 사랑방’도 있다. ‘마타리꽃 사랑방’ 입구 벽에는 문학관 주변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의 정체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다. 문학관 진입로 언덕에 7월~11월이면 마타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즈음이면 마타리 뿌리에서 특이한 인분냄새가 나닌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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