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용문산은 백두대간 오대산에서 뻗어내려 오면서 두개의 강을 가르는 한강기맥(漢江岐脈)의 맹주다. 한강기맥은 백두대간상의 오대산 두로봉(1422m)에서 갈라진 기맥이 서쪽으로 내려가며 계방산(1577m), 보래봉(1324m), 수리봉(959.6m), 대학산(875.4m), 덕구산(635m), 응곡산(603.7m), 오음산(930m), 금물산(791m), 갈기산(685.4m), 단월봉(670m), 비슬봉(657.6m), 문래봉(992m), 용문산(1157m), 유명산(866m), 소구니산(790m), 옥산(577.9m), 청계산(685.4m)등을 두루지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서 한강에 가라 앉는 166.4km의 긴 구간의 산줄기다.

양평은 한강기맥을 중심으로 양쪽날개에 남한강과 북한강을 거느린 형국을 지닌 땅이다.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 두물머리다. 중앙선철도가 양평군을 동서로 횡단하고, 남양주~횡성간 6번국도, 가평~여주간 37번 국도가 연결되어있다. 두물머리는 물길뿐 아니라 찻길도 둘로 갈라진다.

용문산(1180m)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과 옥천면의 경계에 솟아오른 산이다.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에 이어 네 번째로 높으며 수려한 골짜기와 빼어난 바윗길을 고루 갖춘 명산이다.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천년이 넘는 거목이요 자랑거리다. 수많은 전설과 설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 크기와 나이는 우리나라 대표나무에 손색이 없다. 가을엔 황금빛 단풍, 여름엔 짙푸른 나뭇잎의 장관은 산림속 왕자의 모습이다.

용문사에서 절고개를 넘어 상원암 가는 길은 항시 한적하다. 상원암 지나 백운봉이나 운필암 방향으로 가는 등산객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어 가을철에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산행하기도 좋은 길이다. 용문사 지나 한번 다리를 건너 다시 300여 미터를 오르면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마당바위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오르면 절고개로 가는 길이다.

계곡 따라 절고개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돌길이다. 여름 산행 중 비를 만나면 주의가 필요하다. 잠시 치닷이 등산을 계속하면 10여분 지나서 능선이 시작된다. 직진하면 능선 따라 가는 산행길이고, 왼쪽으로 틀면 계곡길이다. 몇 그루의 잣나무도 자랑스럽다. 우뚝 솟아 있어 경외롭다. 이 계곡길은 등산하기 편한 길이다.

계곡길은 완만하나 고개 밑에서 급경사가 시작된다. 절고개는 용문사 남쪽으로 지능선 두개로 갈라진다. 한 능선은 서쪽으로 높은 고도를 유지하여 백운봉으로 흘러가고, 동쪽 지능선은 급히 가라앉아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절고개다.

상원암 가는 길은 계곡으로 내려가 물을 건너 다섯 개의 야트막한 지능선을 넘어야한다. 옛길은 다리 건너 고개에 올라 전기줄 따라 내려간다. 옛길엔 국수나무가 자라서 발길을 더디게하고, 산초나무, 가을의 초입에는 벌써 붉나무들은 제 몫을 다해 붉은 단풍으로 제압한다. 더 진행하면 포장된 길에 들어서게 된다. 상원암을 만나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2킬로미터쯤 발품을 판면 연수리 버스 종점이다.

큰 나무, 큰 인물, 고생대와 중생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큰 나무를 만나 그토록 오랫동안 변치 않고 사는 법을 구한다면 그 여정은 보람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큰 나무를 보고 싶을때 한 걸음에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산,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산이다.

삶이 고되고 어지러울때 현자(賢者)를 찾아 길을 재촉할 수도 없을 때는 험하고 고생스러운 세월을 꿋꿋이 견디고 천년세월 세상사를 기억하는 거수(巨樹)를 찾아가 그토록 오랫동안 변치 않고 사는 법을 구한다면 보람된 시간이 될 듯 싶다.

남한강과 북한강 물이 합치는 두물머리 그리고 팔당댐은 새벽 물안개의 몽환적 세계로 빠져들고, 꼬불꼬불하던 길은 직선화되었다. 용문산 찾아가는 길은 이제 수도권 전철 운행구간이다. 시원한 길 드라이브는 가슴을 열어준다. 용문사(龍門寺) 가는 길도 예나 지금이나 샛길 꼬부랑길이다. 조현마을 지나 신점리 주차장에 이르면 용문산에서 백운봉을 흘러 떨어지는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는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인사말이었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요 ‘물’이 ‘무’로 바꾼 무더위 표현이 맞는 말이란다. 여름날의 더위는 단풍색갈에 크게 영향을 준다. 지난 여름날씨는 가을입구까지 밀려왔다.

순우리말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다. 우리말 속 ‘강’은 ‘마른’ 또는 물기 없는 표현이고, ‘깡술’, ‘깡소주’처럼 강된장은 찌개보다 되직하게 끓인 된장이요 강술은 국 찌게 같은 술적심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무좀은 신발에 물기가 많아 순 좀이도 무지개는 물방울이 만든 지게(문·門)다. 그래서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 쬐는 심한 더위 ‘불더위’, ‘불볕더위’와 통한다. 강더위는 건조해서 그늘에선 살만하다.

다산 정약용의 ‘얄미운 모기(憎蚊)’를 옮겨본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 대도
 나는 코골며 잠 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렸어도
 누운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웽하고 귓가를 울리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다···

그런데 금년 모기 그리 그악스럽지 않았다. 비가 덜 와 물웅덩이가 줄어든 덕분이란다. 금년 7월 29일 장마 끝나기까지, 전국 평균 비 240mm가 내렸다. 평년 356mm의 2/3정도라니··· 비가 적은 올해 더위는 강더위에 가까웠다. 5월말부터 33도 넘는 폭염이 닥쳤어도 습도가 낮아 보송보송했다. 7월 27일부터 최근까지 평균 낮 최고기온은 32.7도C, 평년보다 2°C가 높다. 아침 최저기온 27.8°C, 평년 26.1°C를 훨씬 웃돌았다. 심지어 안동, 의선, 그리고 영천은 39.3°C였다.

이제 10월 문턱에 들어섰다. 계절적으로는 10월에는 한로(寒露)와 상감(霜降)이란 절기가 들어있다. 찬 이슬이 내리고 이슬이 응결하여 서리가 내리는 기후를 만나게 된다. 나무들은 “추운 결울을 나기 위해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한 해동안 정들었던 가지와 이별하는 잎새는 화려한 옷 곱게 차려 입고, 바람 따라 가볍게 몸을 날려 정든 집을 떠난다. 사람들은 가을 나무를 보며 긴 만남 짧은 이별을 회자한다. 우리의 삶처럼··· 그러나 엄동설한을 맞이하기 위한 나무들의 준비인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매표소를 들어서면 청정 물의 고장 양평군의 농산물과 자연식품 그리고 관광을 알리는 큰 건물들을 많이 들어섰다. 용문산의 랜드마크는 천년 은행나무다.

용문사 일주문을 향하는 발걸음은 그래서 바빠진다. 일주문 향하는 길을 따라 튤립나무, 중국단풍, 상수리 편백나무가 이채롭다. 다리 하나 건너 국민 관광단지 어린이놀이터, 일주문 호위하듯 꾸불꾸불 노송들 일주문 지나 첫번째 다리까지는 노송지대 아직 단풍철이 아니라는듯, 피톤치드 향기 간간이 하늘 떠받치듯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정겹다.

이제 다시 활엽수 지대를 거닌다. 참나무 6형제, 신갈, 졸창, 갈참이 가벼운 바람 따라 후드득 도토리를 날린다. 개울 따라 뽕나무, 버드나무가 가을되어 굽은 허리를 추스른다. 까치박달, 개암나무, 신나무, 고로쇠, 풍개 , 서어나무가 주인들이다. 잎이 물감 들면 더 구분이 잘 될 듯싶다. 기다려진다.

평탄한 아스팔트 길을 밟게 되는 매점이 있는 곳, 함박꽃은 봄날의 주인꽃이었다. 울울창창 숲길속, 우측으로 휘어진 다리를 건너면 천년 은행나무 60m 넘는 나무. 천둥, 번개의 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철탑이 하늘 찌른다.

동양 제일의 키다리 은행나무,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고개를 꺾으며 오래간만에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우리 얼마나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가. 청청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만끽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식물 중에서 중생대 이후 그 긴 세월 속에도 진화하지 않고 본래 모습을 유지한 도룡뇽, 바퀴벌레 그리고 은행나무가 있다하지 않는가. 무엇인가 마음이 답답할 때 큰 나무는 큰 어른처럼 순례자들의 스승이 된다.

천년세월, 모든 소리와 전설을 듣고 간직한 나무에게 하소연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용문사 주변에는 귀룡, 은행, 느티, 함박, 산수유, 층층, 서어, 고로쇠, 졸참나무가 있어 단풍철에 다시 봐야겠다.

은행나무와 이별하고 다리를 건너면 마당바위와 상원남 갈림길이다. 마당바위 근처엔 산사, 잣, 야광, 풍개가 지천이고, 절고개엔 참나무도 많다. 상원골에는 고로쇠 복자기, 누리장, 산초, 붉자기, 함박, 으름 엄나무가 많고, 상원골 계곡 따라서는 가을나무 단풍은 단풍철과 함께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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