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의 이름에서 자꾸만 ‘불알’을 떠올리는 남녀들이 많은 모양이다. 불알이 정충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불암(佛岩)은 부처를 닮은 바위라는 뜻일 게다. 불알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라면, 불암은 고매한 수도승을 산출하는 근원지였다. 그리하여, 불암산 정상은 부처의 얼굴 모습 그대로이다.   (손정모 시인, ‘불암산에 올라’ 중)

시인 손정모는 1955 경남 진주생이다. 글을 쓰며 시집을 구해 더 보고 싶어 찾아보면 왜그리 절판이 많은지 모르겠더라. 어쩌다 그분의 ‘불암산에 올라’를 더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상계동의 언저리에 치솟아 산악을 이룬 곳이 있다. 나의 관념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봄철의 불암산은 인도의 영취산(靈鷲山) 그대로이다.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먹이를 나눠 주는 어미새처럼 설법을 했다. 독수리 ‘취’자의 발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축산이라고 떠드는 승려도 적지 않다. 설법의 지명조차 제대로 못 부르면서, 무슨 부처의 도리를 안다는 건지?
 
불암산의 이름에서 자꾸만 ‘불알’을 떠올리는 남녀들이 많은 모양이다. 불알이 정충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불암(佛岩)은 부처를 닮은 바위라는 뜻일 게다. 불알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라면, 불암은 고매한 수도승을 산출하는 근원지렸다. 그리하여, 불암산에는 몇몇의 사찰이 우뚝 일어서서 산을 떠받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불암산 정상은 부처의 얼굴 모습 그대로이다.
 
정상을 오르는 와중에서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사타구니를 벌리고 오줌을 누지만 말이다. 오월의 아카시아꽃에서는 향기가 가득할 뿐이지 결코 오줌 냄새는 나지 않는다.
 
변한단다. 세상이 변한다고 절규를 하더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 오월에 산을 올랐다가 심장이 얼어붙을 뻔했다. 불암산 정상의 바위가 개기름이 흐르는 중년 사내의 불알을 살짝 닮아 있지 않았던가 ?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불알의 눈에는 불알만 보인댔다. 그럼, 나는 불알인가 ? 불알을 지닌 인간이니, 커다란 불알일 수도 있다. 그래, 나는 불알이다.
 
생명 창출의 근원지로서, 부처의 얼굴을 투시해 보고 싶은 거다. 자비의 정신으로 영원히 스러지지 않을 생명을 중생들에게 베푸는가, 부처여 !
 
하지만, 말하노니 불암산이여! 부처를 닮았건 불알을 닮았건 형상보다야 본질이 중요한 법일 터. 아카시아꽃에서 향기가 나든 오줌 냄새가나든 말이다. 나는 불암산 자락에 드리워진 고운 햇살에서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를 건져 올리련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고교교사 손정모의 다소 짓궂은 시다. 불암산(佛岩山?508m)은 ‘송낙’이라는 모자를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송낙은 송라(松蘿)라는 풀로 만든, 예전에 비구니들이 스던 모자다. 산 정상 부근이 단단한 화강암 암반으로 이뤄진 그 기기묘묘한 암반들의 형상 때문에 여러 모양으로 비유되는데, 옛사람들은 부처님의 얼굴을 본 모양이다.

불암산은 그 산의 크기와 규모에 비해 많은 사찰들 중 불암사를 위시하여 여러 사찰과 암자를 품고 있으니 오래전부터 스님들의 수행처로 유명했을 듯싶다. 이런 산모양과 사찰들이 있는 산을 보고 무엄하게도 ‘불알’이란 말을 했으니, 웃음이 터진다는 산행객들의 실토다.

불암산의 옛 이름은 필암산(筆岩山), 천보산(天寶山)으로 불려졌다 한다. 산세를 올려 쳐다보며 붓대처럼 생긴 바위를 보았던 모양이다. 산모양이 붓처럼 뾰족한 한 모양의 큰 산이라면 아마 문필봉(文筆峰) 쯤으로 불렸을지 모른다. 불암산은 불교적인 이름이다. 억불(抑佛)을 했던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필암산으로 그 이름을 고쳐 불렀을 가능선도 있을 듯싶으니, 필암산은 유교의 입김이 서린 이름으로 해석된다.

천보산은 도교(道敎)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불암산은 유?불?선(儒佛仙)이 골고루 연관돼 있는 영성적 산으로 생각된다.

불암산은 서울을 등지고 돌아앉아 있는 형국의 산이다. 역사적으로 삼각산(북한산)은 현 임금을 지키는 산이었다. 불암산은 서울 노원구와 남양주시와의 경계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불암산 서쪽 노원구 상계동 주변은 마들 평야였다. 그 넓은 평지는 아파트 숲으로 변하였다. 마들평야를 사이에 두고 도봉산과 북한산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불암산이 버티고 있다. 불암산은 돌아간 임금을 지키는 산이어서, 불암산 주변엔 멀리 가까이 동구릉(東九陵), 광릉(光陵) 등 왕릉여들이 있다는 얘기도 흥미를 더한다.

불암산은 작지만 기기묘묘한 암반들이 서울의 릿지 명소를 이루며 사방으로 전망이 좋다.

이제 산행에 승용차 몰고 찾아가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전철과 시내버스의 접근성이 좋은 불암산은 Seoulite들이 즐겨 찾는 등산명소 반열에 섰다. 산행시간 2~3시간 북쪽 덕릉고개를 지나 수락산과 연계하는 암릉 등반코스가 인기 절정이다. 불암산의 산행기점은 서울의 상계동 방면과 경기도 남양주의 불암동 방면이 대표적이다.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서쪽 상계동 방면 코스가 인기가 있다. 노원구 방면에서는 천보사를 거쳐 바로 오르는 코스와 서울 전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불암산 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재현 중?고등학교를 들머리로 정암사를 거쳐 주능선에 오르거나, 은행동 현대아파트에서 학고암을 거쳐 299봉에서 오르는 코스가 기다린다. 남양주에서는 별내면 불암동 버스정류장에서 불암사와 석천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 덕능고개에서 406봉을 지나 오르기도 한다. 불암산 정상에 서면, 중계동, 남양주시 별내면을 전망하고, 석천암 거쳐 불암사로 하산한다.

불암산은 암반, 릿지 산행코스다. 최근 데크 난간, 계단길이 잘 되어있어 옛날 같은 산행 묘미는 많이 줄었지만 안전 등반코스는 잘 되어있다. 릿지를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다. 정상 직전 가파르고 좁은 바윗길의 위험도 줄어들었다. 야간 등반객도 많지만 언제나 안전수칙은 몸에 배어 있어야 즐겁게 산행을 끝낼 수 있다.

서울둘레길 1~2코스(수락산~불암산) 길은 당고개역에서 화랑대역까지 걷는다. ‘우람한 바위산에 맨발로 걷는 황토길’이다. 불암산 언저리로 드는 길이다. 철쭉동산, 불암산 둘레길 전망대, 학도암 갈림길, 불암산 갈림길 따라, 공릉산 백세문 거쳐 화랑대역이다.

불암산은 등산코스로 이름난 산이지만, 산기슭에 조성된 숲 탐방로는 걷기 행렬이 월등하게 많다. 불암산 서쪽자락을 따라 남진하는 이 숲길은 비단 잉어가 무리지어 노니는 삼육대학교 제명호에서 마무리된다.

상계역?불암산 숲 탐방로?학도암?제명호 코스와 공릉동 산223-1번지 일대 불암산 삼육대 생태경관 보전지역과 연결되는 숲과 기암이 어우러진 불암산 공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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