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어 상대방 차량이나 도로설비 등을 파손하고도 원활한 교통을 위하여 현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화물차 운전자가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상가에 부딪혀 상가 유리문을 부수고 도로에 떨어진 유리파편을 치우지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났더라도 교통방해나 사고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면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2015도3976)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사고 당일 새벽에 음주 운전을 하던 중 차도에서 인도로 후진을 하다가 도로변에 있던 상점 출입문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상점 출입문이 깨지고, 진열 중이던 오토바이가 망가졌으며, 때마침 인도를 지나가던 사람이 차를 피하다 넘어져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는데, 화물차 운전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를 하였다가 체포되었습니다.

검찰은 화물차 운전자를 이 사고로 다친 행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을, 제2심은 징역 8월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본 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즉 이른바 뺑소니에 대하여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여,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물차 운전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했다고 해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사고후미조치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정황이 있는데도 이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면서, 사고가 새벽 2시20분께 발생해 차도와 인도 모두 통행이 빈번하지 않았고, 상점 출입문의 유리조각이 차도에까지 흩어졌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떠날 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 사고후미조치죄는 교통사고로 물적 피해를 일으키고 도주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인 도로교통법의 목적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법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차량이 다니는 도로상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사고후 조지를 취할 위무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번의 대법원의 판례는 이러한 법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물적 피해만 있으면 무조건 사고후미조치죄의 조치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관례를 다시 검토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수사기관이 당연하게 처리하는 사건의 사실관계라도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어본 전문변호인의 구체적이고 열정적인 도움을 받으면 사안을 새롭게 구성하여 무죄나 무혐의 판단을 받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법산법률사무소 변호사 오두근 dukeun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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