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2015년이다. 중세시대의 봉건제도 하에 국민들이 지배층으로부터 신분과 계층에 따라 폭압을 받던 시대는 근대 인본주의 사상의 등장과 함께 사라져갔다.

사실 중세 당시의 법은 지배층의 권력을 지켜내기 위한 전유물이자 장치로서 피지배계층을 고문과 폭력에 의하여 지배하는 도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세의 정도는 아닐지라도 최첨단 문명사회를 달리고 있는 요즘에도 한낱 개인이 마주한 공권력의 힘은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법의 정신은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하여 힘쓸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사안과 같은 사실이 우리의 갈 길을 보다 힘주어 제시하게 한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2008년 7월부터 1년간 비슷한 수법의 절도사건이 수십 차례나 발생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탐문하던 중 동네 비행청소년 중 한 명에게서 진술을 받았다.

진술의 내용은 용의자로 A씨(당시 18세)와 B씨(당시 15세) 두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었다. 동네 비행청소년이 범인으로 지목한 A씨는 지적장애가 있었으나 경찰은 CCTV에 흐릿하게 찍힌 용의자들이 두 사람과 유사하다고 판단해 2009년 7월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나아가 경찰은 이튿날 현장검증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 범행을 재연하도록 하면서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도 가려주지 않았다. 결국 범행을 부인하던 두 사람은 자백했지만, 재판과정에서 이들의 자백이 허위 자백임이 드러났다.

통신사실 조회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범행 시각 현장에 있지 않았던 알리바이가 밝혀졌고, 범행을 입증할 뚜렷한 다른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에게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A와 A씨의 어머니, B씨와 B씨의 부모님은 형사재판 무죄판결을 받고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로 절도범으로 오인받아 피해를 입었으니 9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는 A씨와 B씨에게 각 300만원씩, 나머지 두 사람의 가족들에게는 각 100만원씩 모두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당시 범행을 자백했다고 해도 이들이 미성년자 또는 지적장애인으로서 방어능력이 부족한데 수사기관이 예단한 범죄사실에 맞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며 "위법수사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어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원고들이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한다고 판시했다.

헌법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때에는 이를 국가배상소송을 통하여 보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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