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중앙선 침범은 11대 중과실 가운데에 하나입니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앙선 침범 사실이 있으면 매우 불리합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대법원은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하던 차량이 맞은편에서 오던 과속 차량과 충돌한 경우 과속 차량에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의 기존 판례는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의 책임만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윤모씨는 2012년 8월 자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충북 진천군 덕산면의 지방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였고, 좌회전을 하려고 중앙선을 넘었다가 반대편에서 직진해 오던 이모씨의 오토바이와 충돌했습니다. 한편, 이씨의 속도는 제한속도의 두 배에 가까운 시속 116.2km로 과속상태였습니다. 사고로 윤씨와 이씨는 모두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이씨의 유족에게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한 다음 윤씨의 유가족을 상대로 청주지법에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1·2심 법원은 "일반적으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마주 오는 자동차도 자기 차로를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는 등 교통법규를 위반했더라도 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가 사고 책임을 져야한다"며 원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여 사건을 청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윤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하다가 반대 차로에서 직진하던 이씨의 오토바이와 충돌해 사고가 났지만 당시 이씨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제한속도를 준수해 운행했더라면 충돌 자체를 피할 수 있었다. 과속하던 이씨의 오토바이가 이미 선진입한 윤씨의 오토바이를 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윤씨가 중앙선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면밀하게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됐다. 운전자가 상대방 자동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는 없지만, 운전자가 과속 운행을 하는 바람에 상대방 자동차의 중앙선 침범을 발견하는 즉시 정차 또는 감속으로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면 과속운행자에게도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물론 위의 판례는 교통사고를 근거로 발생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주요 쟁점이었지만 이번 대법원 판례의 논리를 그대로 원용한다면 형사 사건에 있어서도 적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상담을 하다보면 의뢰인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11대 중과실이나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만 입각해서 자신의 유·불리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건을 많이 경험해본 전문변호인을 만나신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기존에 알고 있던 대로 무의식적으로 판단해버리는 사건일지라도 이번의 대법원 판례처럼 새로운 시각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의뢰인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건을 설계를 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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