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수부 회장을 일컬을 때 항상 언급되는 ‘최씨고집’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수식어가 됐다. 살아생전 결코 변하지 않았던 그만의 철학 역시 이 ‘고집’과 맞닿아 있다. 수 십 년간 우황을 직접 골랐던 일화부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그의 노력까지. 최수부 회장이 고수해야 했던 이유 있는 그 ‘최씨고집’이 궁금하다.

 

최씨고집의 대명사 ‘우황청심원’
1970년대 초반, 우라나라에서는 수 십개의 한방전문제약사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창업 10년차인 광동제약사도 있었다. 당시 60여개에 달하는 한방제약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독주하다시피 한 광동제약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광동제약은 1973년 12월 27일 우황청심원 제조허가를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받았다. 먼저 출시된 ‘쌍화탕’과 함께 광동제약의 대표상품이 탄생된 것이다. 현재 우황청심원은 집집마다 몇 알씩 챙겨두는 가정상비약이 된지 오래다.
최수부 회장이 우황청심원의 제조과정에서 우황을 살아생전까지 직접 골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황을 직접 고르지 않고서는 스스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우황을 직접 고르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말했던 최수부 회장의 대답이다.
사향과 함께 우황청심원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우황의 주요 성분은 ‘결합형 빌리루빈’이다. 빌리루빈 함량에 따라 우황의 품질이 결정된다. 빌리루빈 함량에 대한 식약처의 권고 기준은 10% 이상이지만, 수입 우황의 경우 평균 함량이 26.7%에 달한다. 이에 최수부 회장은 빌리루빈이 많이 함유된 우황을 직접 고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 최수부회장과 어머니.
광동제약은 안정된 질 좋은 약재 조달을 위해 원자재 구매만 전담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그만큼 회사차원에서 질 좋은 약재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수십 개의 한방전문제약사들이 끝내 도산되고만 원인에 대해 최수부 회장은 ‘품질관리’ 실패에서 찾았다.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반드시 좋은 약재만 골라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변하지 않았던 철학이다.
“값싼 약재를 사용하면 지금보다 제품 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제약업계에서는 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늘 염두했다.
최수부 회장은 약사를 만날 때 마다 항상 마진을 좀 덜 보더라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먼저 소비자에게 권유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지난 50여 년간 직접 해온 품질관리는 수천억과도 바꿀 수 없는 최수부 회장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 소년한국일보어린이기자단 행사에 참석한 최수부 회장.

위기의 순간, 신의가 지켜낸 금자탑
광동제약은 1975년 1월, 서울신약 인수를 시작으로 1978년 한이제약, 1981년 개풍양행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1987년 병원사업부를 신설하고 ‘코프랑’을 판매 개시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 1989년 기업공개로 주식 상장기업으로 부상했다.
또한 1990년 1월 경기도 송탄에 제1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해 9월 식품사업부를 신설하여 ‘운지천’을 출시했다. 1992년 12월 송탄 KGMP 공장을 준공하고 다음 해인 1993년 보사부로부터 송탄 KGMP 적격업체 지정을 받았다. 1994년 4월에는 광동한방병원을 개원하였으며, 이와 같은 광동제약의 발전 원동력은 최수부 회장의 지칠 줄 몰랐던 연구와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 지난해 GMP공장준공식에 참석한 최수부 회장.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광동제약도 1994년 4월, 1차 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그것은 담당 임원이 현금흐름을 잘 못 관리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당시 최수부 회장도 몰랐던 일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았다. 광동제약은 그에게 오랜 세월 몸 바쳐 일구어 놓은 그의 분신이자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금자탑이었다.
금자탑이 무너질 위기, 광동제약의 거래처들은 최수부 회장을 구하기 위해 외상대금을 미리 변제하거나 제품을 받지 않고서도 선급어음을 발행, 사내에서는 임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는 등 기적 같은 협조로 그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그가 평소에 지켜온 신의와 신용이 그와 같은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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