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저출산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행보는 지난해부터 구체화됐다. 지난해 1월 노동부,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여성부 등 관련부처는 공동으로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한 국가실천전략"을 마련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는 "출산, 육아, 교육의 문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2자녀 이상 가정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저출산 대책 추진기획단"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 9월 1일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법 시행과 함께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성되면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추진체계가 구축돼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및 "2006년 시행계획"을 수립, 추진할 계획이다.

위원회에는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여성부 등 12개 관계부처 장관과 저출산, 고령화와 관련된 12명의 민간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며 관계부처 1급 공무원 및 민간위원 등 30명으로 구성된 실무운영위원회를 운영한다.

▲ 9월 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정부는 9월 법 시행에 맞춰 범정부적인 대책을 마련, 발표할 계획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저출산의 위험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속으로는 실감하지 못해 모두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위험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조만간 이에 대해 심층분석하고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저출산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방송 언론계, 국회, 여성계, 종교계 등 분야별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왔다. 특히 경제계와 가진 간담회에서는 출산친화적인 기업 사례를 소개해 공감대를 유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달 18일부터 13개 시·도지역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간담회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수렵, 실효성 있는 저출산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자연분만, 미숙아 등에 대한 본인부담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등 임신, 출산 관련 지원을 확대 시행하는 한편 산전검사, 출산, 예방접종, 건강상담 등 종합 서비스를 보건소나 지정 병원에서 무료로 해주는 아기엄마 수호천사 프로그램, 둘째아이 출산가정에 국민연금 1년 납부 인정 제도(출산 크레딧)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6월 23일 새롭게 출범한 여성가족부 또한 △ 새로운 가족 문화 조성 △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 확대 △ 가족 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 돌봄의 사회화 및 역할 분담 △ 가족정책 인프라 확충 등 다섯가지 가족정책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했다.

▲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비 지원 최우선 과제

여성가족부는 보육시설의 민간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공보육 서비스 수준이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저소득지역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국공립보육시설을 매년 400개소씩 확충해 나갈 계획이며 또한 보육시설 평가인증제 등을 통해 보육서비스 질도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외에도 재정경제부는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 등 아이 많은 가족을 위한 세제 혜택, 노동부는 육아휴직 급여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 산전후 휴가비 전액 고용보험 부담 및 유사산휴가 법제화 등을 통해 여성 고용환경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무부의 경우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규제 위주의 출입국관리 행정을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해 국적업무, 난민행정, 재외동포 정책을 포괄하는 "이민국"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도 공무원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1일에서 3일로 늘리는 등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출산축하금 지급, 농어촌 출산 가정에 가사도우미 파견 등 다양한 정책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22일 "저출산 극복 서울지역 공청회"에서 "정부는 첫번째 우선 추진 과제로 보육시설을 늘리고 보육비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방과후 교육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 확충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두번째로는 산전후 휴가 및 육아 휴직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감독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번째로는 모성보호 정책, 산후조리 도우미 파견 사업을 비롯, 내년부터 불임부부에 대한 국가보조가 처음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심의관은 "정부의 노력에 민간 특히 종교단체가 함께 동참해 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9월 발표할 종합대책에 각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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