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일 오후 4시 을지대학병원 2층 소강당에서 난데없는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뇌성마비환자인 신랑이, 역시 뇌성마비로 걷지 못하는 신부의 휠체어를 밀며 입장을 하자 좌중은 순간 숙연해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을지대학병원에 1년째 장기입원해 있는 신진규(24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중인 강미선 환자(24세).
신랑인 신씨는 뇌성마비로 인한 지체장애 2급으로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인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에 살면서 다리와 뇌에 수차례 수술을 받느라 병원을 수없이 들락거리는 등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힘든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체장애자 특수학교인 충주 숭덕학교에 다니다 동급생인 강씨를 만나 사랑을 키워왔고 올봄,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신부인 강씨는 보행장애와 언어장애가 심한 지체장애 1급 환자로, 오랜 기간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치료받는 병원이 각각 다른 관계로 1년 이상을 멀리 떨어져서 거의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만 소식을 전해오던 이들은, 강씨가 전격적으로 을지대학병원으로의 이송을 결정함으로써 둘이 같은 병동에 입원,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사랑을 꽃 피울 수 있게 되었다고.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간단한 혼인신고만으로 결혼식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병원 신우회가 나서서 두 환자의 결혼식을 주선해 주었다.

그동안 입원환자와 직원 등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병원 2층 을지홀에서 열리던 예배를, 이날만큼은 결혼예배로 형식을 바꾸어 병원교회 조성일 원목의 주례 아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이날 결혼식을 주선한 신우회 회장 김창남(金昌男) 교수는 “신랑이 이미 1년이라는 기간동안 병원에서 한솥밥을 먹어왔기에 이미 모두가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마 오늘 하객으로 오신 모든 분들이 신랑의 부모된 심정으로 앉아 계실 것”이라고 말하고, “이들 부부가 앞으로 육체적인 장애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행복한 가정을 일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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