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병원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시술영역도 확산되고 있는 로봇수술법 이른바 다빈치 수술에 대해 국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등 기존 수술법과의 임상적인 비교가 불충분하다며 안전성과 유효성 등 임상적인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연구원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로봇수술이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으나 기존 수술인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얼마나 임상적으로 유용한 지에 대한 근거자료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현재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한 결과 로봇수술과 기존 수술을 비교한 국내외 비교연구는 총 171편에 불과했으며 이 역시 대부분 암환자에게 치료목적으로 적용된 수술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우수할 가능성에 대한 주장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한 연구원은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전립샘암 수술의 경우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개복 수술 및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입원기간이 짧았고 출혈량도 적었으며, 개복 수술에 비해서는 수혈요구량이 감소한 부분은 장점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장기 생존율, 재발률, 심각한 부작용 등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로봇수술 후 1년 이상의 장기 추적 관찰을 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 연구원은 재발률, 사망률 등을 포함해 각 수술 분야에서 기대되는 주요 지표를 보고한 문헌도 거의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전립샘암 이외의 질환에서의 근거평가 결과의 경우 ▲ 자궁내막암 및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궁절제술의 경우 로봇수술이 출혈량은 적었으나 수술시간, 입원일수에는 차이가 있다는 근거가 없고 ▲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장절제술에서 복강경 수술과 비교한 관찰연구 9편을 분석한 결과 수술시간, 입원일수, 수혈 요구량, 합병증 발생 등에서 로봇수술과 복강경 수술 간에 차이가 있다는 근거도 없으며 ▲ 그 외 질환에 적용되는 수술의 경우 개별 질환 당 기존 수술법과 비교한 문헌이 1~4편 정도로 적고, 결과에도 일관성이 낮아 효과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보고서는 밝혓다.

또 이번 연구에 포함된 국내외 문헌을 통해 추정한 분야별 로봇수술 비율과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된 국내 로봇수술 수행 실태를 비교해 볼 때 외국에서는 전립샘 절제술 > 자궁 절제술 > 위역류교정술(위바닥주름술) 등의 순서로 로봇수술이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립샘 절제술 > 갑상샘 절제술 > 신장 절제술의 순서로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대장암 및 위암수술 등에서도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립샌 절제술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로봇수술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지출되는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인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에 비해 고가이고, 건강보험급여로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의 비용부담이 더 크다고 밝혔다.

로봇수술 비용은 수술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만~1200만 원 선으로 이는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약 2~6배 고가이고 특히 암 수술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5%인 점을 고려한다면 환자가 짊어져야 할 비용부담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훨씬 더 불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비용-효과 평가에 대한 임상연구 자료나 로봇수술의 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비용-효과 연구를 수행할 수는 없는 현실에서 로봇수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로봇수술 비용이 기존 복강경 수술의 1.5배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국내 로봇수술 비용의 과다책정이 앞으로 큰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다빈치 로봇의 대당 가격은 약 30억~40억 원, 연간 유지비용은 약 2억~2억5000만 원으로 초기 도입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150~200건(월 평균 15건) 이상의 수술을 수행해야 의료기관 입장에서 유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현재까지 발표된 로봇수술 관련 국외의 의료기술평가 보고서의 경우 2009년 벨기에에서 시행된 의료기술평가는 ‘충분한 연습을 거친 숙련된 의사를 포함하여 이상적인 수술환경이 갖춰진 경우에 한해 로봇수술이 다른 수술법에 비해 우수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술이지만 현재까지 연구들을 근거로 할 경우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명백한 이점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수술팀의 술기와 숙련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어 2010년 캐나다에서 시행된 의료기술평가는 ‘기존 수술(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과 비교 평가하는데 근거가 될 수 있는 질 높은 연구가 부족하며, 현재의 근거를 토대로 적응증 별로 분석 시 전립샘암 수술 등에서 입원기간 감소, 출혈량 및 수혈량 등에서 기존 수술법에 비해 이점이 있었으며, 수술시간은 복강경 수술보다는 짧고 개복 수술보다 길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신채민 부연구위원은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 개발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로봇수술이 표준 의료기술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기존 수술에 비해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생성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 보급된 다빈치 기기는 2010년 12월 기준 33대로 우리나라는 보유 대수로는 세계 5위이며, 인구 백만 명 기준으로는 0.6대 꼴로 세계 3위이고 지금까지 시행된 로봇수술 건수는 2010년 10월 기준 1만 3700건을 넘었고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로봇수술에 사용되는 다빈치 기기는 1980년대 말 미국에서 개발된 이후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뇨기과, 부인과, 흉부외과 수술을 적응증으로 승인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일반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아외과 등의 수술을 사용목적으로 허가받았다.

로봇수술은 5~8mm 크기의 구멍을 4개 정도 뚫고 로봇 팔을 집어넣어 수술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에 비해 감염위험이 낮고 흉터도 작아 미용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에 비해 학습기간이 짧아 익히기 쉽고, 집도의가 콘솔에 앉아 수술을 수행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덜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로봇수술 보고서를 연구원 연구성과확산센터 홈페이지(http://ktic.neca.re.kr)와 QR코드를 통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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