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 올해로 11년째를 맞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정책이 시행되었는데도 의약분업제도에 대해 당초 기대한 정책효과는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고 환자불편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국회 도서관에서 국회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열린 ‘의약분업제도의 평가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나 신현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 그리고 지정토론자들 역시 현재 의약분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양균 교수는 특히 의약분업과 약물 오남용의 감소, 국민의료비 및 약제비 감소 등 의약분업의 목표이자 명분들이 의약분업 실시여부와 인과관계가 거의 없으며 단지 국민 의료비의 증가에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행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장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의약분업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편의성 제고와 알권리 확보를 전제로 약제비 절감을 지향하는 개선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굳이 김 교수의 지적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중인 의약분업 형태가 의사와 약사가 각각의 직능에 따라 처방과 조제를 하는 직능분업이면서도 병원급에만 예외적으로 약사가 있어도 외래환자에게 조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의약분업에 다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의약분업 형태는 완전 직능분업이 아닌 일종의 제한적 직능분업 형태인 왜곡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현재 외래약국과 약사가 있는 병원에서는 입원환자에게만 조제를 하고 나머지 외래환자는 병원 밖 약국에서 조제를 받는 기형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함으로서 환자들의 불편과 시간손실 등 사회적 비용의 낭비는 보상받을 길이 없고 갈수록 건보재정 및 환자들의 경제적이나 시간적인 부담만 가중되어 오고 있다.

이 같은 의사와 약사의 직능 간 이기주의 때문에 병원의 외래약국 조제가 금지됨에 따라, 환자들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처방전만 받아 병원 밖 약국에서 조제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환자불편을 초래한 의약분업이 과연 당초 내세운 정책목표를 달성했을까. 이에 대한 반응은 이해관계자마다 엇갈리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약분업을 강행한 행정당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어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계에서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가 의약분업제도 때문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달과 심평원의 감시 기능 강화 등 다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집계한 ‘의약품처방 품목 수’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항생제 처방률은 10.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처방건당 약품수가 3.58%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항생제 처방은 분명히 큰 폭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치를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지역과 시행하지 않는 지역과 비교해 보면 실제 정책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시된다는 분석이다.

앞서 통계치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지역의 항생제 처방률인 반면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는 예외지역의 통계는 항생제 처방률이 16.11% 감소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약분업을 하지 않는 예외지역의 항생제 처방률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 등 학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의약분업제도 때문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홍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시 기능강화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항생제 처방 감소에 따른 의약품 오남용 방지에 이어 의약분업의 또 다른 정책목표였던 불필요한 의약품 소비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나.

급여비와 법정 본인부담금을 합친 총 의료비의 경우 지난 2000년과 비교해 2009년에 169.7%가 증가하는 등 일반적인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증가폭이 컸다.

이는 이 기간 동안 약제비가 744%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총 약제급여비에서 차지하는 조제료 비중이 27.2%나 됐다.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조제료와 복약 지도료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은 줄어들었는데도 약제비는 크게 증가한 이유이다.

의약분업 시행에 반드시 필요한 의사와 약사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병원 내 외래약국을 폐쇄하고 조제료 등을 올려주다 보니 환자불편과 부담만 가중되는 기형적인 의약분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의약분업의 원인과 개선방향이 뚜렷한데도 의약분업 재평가 논쟁만 시작되면 의료계와 약계가 약제비 증가의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의약분업 철폐와 성분명 처방 도입 등 상대방의 약점을 내세워 맞대응하는 바람에 개선방안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논쟁만 벌이다 마는 행태가 거듭되어 왔다.

그 와중에서 병원 내 약국을 이용하지 못하고 병원 밖으로 나가 조제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그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병원 내 외래조제실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지만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처방 및 조제에 있어서 원스톱 서비스를 통한 환자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효과는 엇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한 약을 처방하는데서 오는 약제비 감소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정책으로 약제비와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면 무리하게 건강보험 수가와 조제료를 깎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할 것이다.

올해 들어 벌서 두 번째 공청회를 갖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만 앞세웠지 정작 국민 편에서는 생각하지 않음으로서 의약분업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기형적이면서도 건보재정만 엄청나게 축내고 있는 제도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 실수요자인 국민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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