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회사가 특허보호가 끝난 약품의 국산 후발제품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 전방위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주무관청은 식약청은 당초 개량신약으로 보고 인체대상 시험자료를 제출토록 제약회사측에 요구한 방침(2월17일)과는 달리 태도를 급변,‘외교통상부에 의견조회를 해야 한다’며 허가 지연을 통보하는 등 같은 약품이라는 외국 제약회사들의 압력에 굴복한 듯한 입장을 보여 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안명옥의원(한나라당)이 주한 EU대표부 대사의 서신에서 입수한 후 이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안 의원에 따르면 식약청은 국내 A제약사가 허가를 신청한 식욕억제제 ‘리덕틸’의 개량신약에 대해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절차를 진행해 놓고도, 2월 17일 “동 품목 허가에 이견이 있다"며 진행을 돌연 중단, 판매허가 지연을 회사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특히 이번 사실은 지난 2003년 ‘다국적제약회사 로비에 따른 복지부장관 퇴진설’ 까지 부른 ‘참조가격제’ 이후 다시 한번 외국 제약회사들의 전방위 압력이 가해지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히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해당제품의 특허보호가 끝났을지라도 시판 후 6년 동안 후발 제품의 출현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는 ‘재심사 제도’를 근거로 국산 개량신약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방면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 도리언 F. 프린스 대사는 통상교섭본부장, 산자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식약청장에게 이 약품의 허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프린스 대사는 유럽 제약회사들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 (본부장님의)중재와 지원을 요청하며 유럽 제약업계의 우려가 가라앉기를 희망하는 한편 한국 식약청의 조치가 외국 투자가들, 특히 바이오분야에서 외국투자가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청이 현 제도의 토대를 약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급했다. 이와 함께 주한 미국 대사관도 16일 식약청과 당사자들이 참가해 개량신약의 허가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이 문제에 대해 ‘통상 압력’의 관점에서 기사를 쓴 일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다국적의약산업협회와 미 대사관 인사들은 수시로 식약청을 방문, 제품의 허가를 차단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리덕틸의 개발사를 비롯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 제품이 허가될 경우, 다른 외국 신약들이 특허보호가 끝난 후에도 덤으로 누리게 되는 독점 판매기간을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히고 문제의 약품은 애보트사가 판매하는 식욕억제제 리덕틸로 그 성분은 시부트라민이 체내에서 잘 녹도록 염산을 붙인 ’시부트라민-염산‘이며 국내사가 개발한 후발제품은 ’시부트라민-메실산‘ 으로 국내 제약사는 유효성분이 같지만, 국내에 이 유효성분에 대한 특허가 없기 때문에 용해촉진제 부분이 다를 경우 다른 약품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허가를 신청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같은 약품으로 봐야하며, 판매후 6년 이내에 같은 약품으로 판매허가를 받으려면 자신들이 제출한 자료보다 더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약 판매허가 신청시 제출한 자료가 얼마인지는 아예 공개할 수 없도록 미국 유럽연합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확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더 방대한 자료를 제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과련 안 의원은 "국내 업계에 대해 특허보호가 끝난 후에도 재심사제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 후발제품의 시장진입을 막는 것은 신약에 대해 지나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결국 다국적 제약회사만 살찌우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우리나라가 통상협정 과정에서 신약에 대해 재심사제도를 도입키로 상대방 국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명옥 의원은 “식약청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모르겠다”며, “식약청은 국내규정에 따라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해 판단하고 허가를 결정하는 기관으로서 식약청이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미리 고민하여 국내 개량신약 개발 및 판매등에 대한 제약을 가하거나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에 있어 일관성을 결여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행태의 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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