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인협회가 회원들로부터 의료광고 수수료로 징수한 공적자금을 보건복지가족부의 관리 소홀을 틈타 협회의 사적용도나 집행부의 개인적 목적으로 전용하여 사용하는 등 심각한 불법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4월 의료법 개정으로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광고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되었는데 동법에 의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시행하여야 하는데, 이 업무를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에 위탁하였고 각 협회는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의료광고심의업무를 대행해왔다.

전현희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협회들은 의료광고를 의협 9,173건, 치협 1,676건, 한의사협 4,419건을 각 심의하였다.

협회들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이러한 의료광고사전심의 수수료 명목으로 각 회원들로부터 각 9억여원(의협), 1억4천여만원(치협), 4억여원(한의협)을 징수했다.

이러한 수수료 적립금은 의료광고사전심의제도가 의료법상 원칙적으로 국가업무이므로 국고에 준하여 공공적인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고 이를 국가를 대신하여 보관하는 입장에 불과한 협회가 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수수료 적립금에 대해 원칙적으로 협회의 다른 예산과 분리하여 집행하고, 직원도 의료광고심의를 위한 직원은 별도로 고용하여야 하며, 수수료 사용용도도 의료광고 심의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협회의 사적인 용도나 의료광고심의외의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각 협회에 지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들은 현재 수수료 적립금에 대해 각 5억2천여만원(의협), 8천8백여만원(치협), 9천4백여만원(한의협)씩 지출하였는데 그중 적법한 목적인 의료광고 심의비용으로는 불과 각 1억4천만원(26%, 의협), 4천1백만원(46%, 치협), 9천4백만원(27%, 한의협)으로 평균 28%만을 집행한 걸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수수료 적립금의 적법한 집행내역으로는 직접적으로 의료광고심의에 사용된 위 수수료 및 의료광고심의에 수반되는 필수적인 최소한의 행정비용 정도로 파악된다.

그 외에 협회에서 수수료 적립금에서 지출한 비용들은 의료광고심의와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협회나 협회집행부들의 개인 용도로 불법전용하여 사용된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일부는 증빙서류(영수증)도 간이영수증을 사용하는 등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의료광고심의와 무관한 협회의 비용은 원칙적으로 협회나 개인의 회계에서 별도로 지불되어야 하나 협회집행부들은 의료광고수수료를 자신들이 보관하는 것을 기화로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그간 의료인들 사이에서 고가의 심의수수료에 대한 문제와 심의기준의 불합리성 및 수수료 적립금의 집행내역에 대한 불만과 의혹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 국감을 통해 그 내용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셈이다.

더구나 큰 문제점은 국가위탁업무를 운영하는 협회들의 불법적 자금집행에 대해 소관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전혀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복지부의 방관이 각 협회들의 이러한 무분별한 집행을 한몫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복지부가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각 협회의 집행부들이 의료광고심의와는 무관하여 원칙적으로 개인비용이나 협회의 비용으로 지급되어야 할 항목의 지출에 의료광고수수료 적립금을 수백에서 수천만원 이상을 불법전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의협에서는 협회집행부 쇼파, 테이블, 책상세트 구입, 집행부 개인 명의의 각종 화환 및 부의금, 협회 차량 그랜드카니발 구입, 카메라 구입, 몽블랑만년필 등 선물구입, 골프비용, 용도불명의 과도한 행정비와 회식접대비, 술집비용, 택시비용 등 금 4천5백여만원 상당이라고 전현희 의원은 밝혔다.

치협에서는 비교적 그 전용금액이 적고, 영수증 처리가 비교적 명확하나 역시 직원회식비, 명절 선물세트 구입비, 면세점에서의 물품 구입 등 의료광고심의와 무관한 금3백여만원의 사용집행내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의협의 경우에는 용도 또는 증빙자료 없는 퀵서비스비와 백화점 물품구입비, 서적구입비, 부의금, 명절 선물세트 구입비, 불명확한 업무추진비의 지출 등이 2천1백만원 상당이었다.

또한 각 협회에서 제출한 지출내용 중 본래의 사용처를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었음을 추측케 하는 다량의 간이영수증들을 고려할 때 각 협회에서 불법전용한 비용의 규모는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현희 의원 측의 주장이다.

예를 들면 의협의 경우 약 9억에 달하는 수수료 적립금 중 지출한 5억 2천7백여만원의 비용중 확실하게 적법한 용도인 의료광고심의에 사용함이 확인된 1억 4천여만원과 사무실 임차보증금 2억 7천만원 및 관리비외에 나머지 금액의 지출내역에 대해서는 필수적 행정비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비용외에 적법한 사용내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출이 매우 많다.

의료광고수수료는 명백히 의료법상 국가가 수행하여야 하는 공적업무수행의 대가인 만큼 협회들이 이를 의료광고심의가 아닌 협회의 사적 목적으로 전용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는 중대한 법위반 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 및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복지부는 자신들의 업무인 각 협회의 의료광고심의위원회 회의에 단 몇 차례만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의실태 및 현황 파악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수수료 수입과 그 사용내역에 대해 감사는커녕 전혀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각 협회의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의료광고수수료 집행내역과 보건복지가족부의 부실한 업무관리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및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또한, 지금처럼 수수료가 불법전용되고,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계속될 경우 의료광고의 공정하고 신속한 심의와 심의위원회의 올바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해 각 협회에 위탁된 광고심의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는 별도의 독립적인 사전심의기구 설립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전현희 의원은 “의료광고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사전심의를 받도록 각별히 규정하고 이를 의료인단체에게 법으로 위탁한 것인 만큼, 각 협회는 이를 국가의 위임사무로서 공적인 업무로 수행하여야 할 것이며, 그 징수된 수수료비용도 의료광고심의와 관련된 공적인 사무에 한하여 엄격히 집행하여야 한다”며 “협회뿐만 아니라 각 협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보건복지가족부도 그 적립금 유용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복지부를 질책했다.

이어 “또한 의료광고수수료 적립금과 지출내역을 볼 때 수수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이므로 수수료 액수를 감액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회원들이 어렵게 낸 의료광고 수수료를 불법전용 지출한 것에 대하여 각 협회회장들은 책임자로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고, 복지부 또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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