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제퍼슨의대 명예교수인 재미 의학자 현봉학 박사가 지난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현 박사는 ‘한국의 쉰들러’ ‘한국의 모세’로 불린 의사로서 미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후 모교인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10군단 해병대사령관의 민사고문으로 참전했다. 그는 흥남철수 때 알몬드 장군을 설득해 10만 명의 민간인 피란민을 탈출시켜 한국의 쉰들러라고 불리웠다.

당시 흥남부두에는 피란을 가려는 인파들이 미군 배에 타서 피란 가려고 난리였으며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로 시작하는 고(故)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는 이때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현 박사는 이들을 미 군함에 승선시켜 피란시킨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한국의 쉰들러’로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곤했던 현 박사는 당시 함북도지사였던 문준희 목사를 비롯 북녘 땅 곳곳에서 피란민들을 탈출시키고 숨진 수많은 분이 있었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오히려 “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이산가족이 됐다”며 통일을 염원했지만, 결국 그 날을 지상에서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정전 후 다시 유학길에 올라 고학 끝에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임상병리학의 대가로서 의학발전에 크게 기여한 현 박사는 세상을 떠난 뮐렌버그 병원에 그의 이름을 딴 ‘현봉학 병리검사실’이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현 박사는 서재필, 안창호, 안중근, 윤동주, 장기려 등을 기리는 사업도 주도했으며 특히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간본을 읽고 감동을 받아 중국을 방문, 윤동주의 묘 찾기 운동을 벌인 공로로 ‘윤동주 문학상’을 제정, 중국동포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 박사는 또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를 버리고 평생을 가난하고 병든 이웃의 친구로 산 성산 장기려 박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귀국할 때마다 부산을 찾아 인사를 드렸으며 북한을 방문, 장 박사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장 박사로부터 “다른 사람이 모두 다 가지 못하는데 어찌 내가 특별대우를 받겠느냐”는 대답을 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제 우리 의료계에 또 한분의 큰 스승이 세상을 떠나 연말을 더욱 쓸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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