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개 기관으로 첫 출발했던 특수연구소재은행이 현재 26개 은행으로 늘어나 활동중이다. 특히 소재은행 출범 10주년을 맞아 도약의 첫 단계로 이름을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으로 개칭했다. 그러나 소재은행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생소한 편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연구 인력을 자국에서 교육시키는 한편 현지에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각국의 연구소재를 확보해 왔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연구 인프라 구축사업을 위해 연간 1,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생물소재은행에만 연간 2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26개 은행은 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을 통해 연간 22억 원 규모를 지원 받고 있을 뿐이다. 본지는 乙酉年 특집으로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을 다루면서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협의회 이연희 회장으로부터 소재은행의 현황과 과제, 전망을 들었다.

이연희 회장은 1976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UCLA에서 박사학위(생화학)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여대 생명공학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특히 이 회장은 한국과학재단 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2월 7일 심포지엄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연구소재 확보와 그에 대한 권리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회장님의 말씀은 연구소재은행의 존재와 역할을 아주 극적으로 표현하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먼저 연구소재은행의 정의부터 내려주시죠.

#…“연구소재은행이란 연구에 필요한 소재를 수집하고 개발하고, 분류하고, 이를 필요한 연구자들에게 분양하는 것으로 이에 추가적으로 인력 양성, 정보 제공과 컨설팅까지 수행하는 곳입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소재은행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OECD가 2005년 문서로 만든 소재은행의 정의입니다."

연구소재은행이 하는 일을 주요 역할을 중심으로 대강 말씀해주시죠.

#…“연구 재료 수집, 동정, 분류, 보관, 분양,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통한 정보 제공, 워크샵과 세미나 개최를 통한 인력 양성, 외부기관과 사업 지원, 컨설팅이 역할입니다.
연구자들이 연구 기법은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 연구 재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비 신청 계획서를 보면 연구 기간 처음 1년은 연구재료 수집 및 확보를 위한 시간입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를 검증할 때도 대상 연구 재료가 있어야 합니다. 연구 소재를 소재은행에서 분양 받을 경우 이렇게 연구 재료 확보와 검증에 필요한 시간과 연구비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기 전공이 아닌 연구 재료의 경우 그 연구재료가 정확한 것인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하시는 분들은 약학이나 유기합성 전공이십니다. 이 분들이 항생제나 항암제를 개발하려면 죽이려는 세균과 암세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어느 것을 타깃으로 할지, 이론이 맞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합성 전공이신 분들이 각 세균을 순수하게 분리 동정하고, 실험 목적에 맞도록 배양하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포주의 경우 非전공자가 배양하는 것은 더욱 어렵구요. 따라서 타깃으로 하는 세균은 소재은행에서 분양 받아 실험을 하면 세균 수집과 동정에 드는 연구기간과 연구비가 절약되게 됩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개발된 신약을 임상에 들어가지 전에 많은 수의 세균을 대상으로 효과 검색을 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내성에 강한 세균을 포함한 많은 수의 세균을 한번에 분양 받아 최종 효과검색을 할 수 있게됩니다. 이와 같이 전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기 분야와 다른 분야의 연구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소재은행이 해주는 일입니다."

국내에는 어떤 은행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성과가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내에는 개인 연구실이나 국공립 연구소에 여러 가지 소재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분양까지 하면서 OECD의 소재은행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에서 지정한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 뿐입니다. 현재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은 26개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표 참조). 은행을 분양별로 보면 생물 연구 소재가 워낙 다양하고 전문지식이 있어야 배양하고 동정할 수 있어 가장 그 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물소재은행으로는 산업미생물 항생제내성균주 (임상, 환경, 농축산) 식물 바이러스, 남조류돌연변이, 해양 미생물조류 등 다양한 미생물 소재를 다루는 은행들이 있고, 식물로는 버섯은행, 열대/ 아열대 식물 유전자, 감자육종, 배추유전자등이, 인체 조직으로는 폐조직, 백혈병, 안조직 들이, 그리고 의학과 관련되어 세포주, 노화조직, 알레르기 항원, 미생물 추출물 등의 연구재로도 있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의 조직과 유전자도 보관되고 있습니다. 화학쪽으로는 펩타이드 라이브러리, 물리쪽으르는 광물과 단결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자원도 보관 분양하고 있습니다. 이들 26개 은행에서 일년에 분양하는 연구 재료를 수입했을 때는 년간 최소 50 억원이 소요되었을 것입니다. 각 소재은행마다 소재를 활용한 연구성과가 크기 때문에 이것은 각 소재은행 소개를 참조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연구소재은행이 하는 일을 보면 "연구에도 국적(nationality)이 있다"는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적합한 연구소재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연구소재의 특별한 자격 요건이 따로 있습니까?

#…“각 국가에 존재하는 모든 소재는 그 국가에 소유권이 있는 것입니다. 각 국가들은 각 국가의 유전 자원을 인정하였고 자국의 유전자원은 물론 모든 소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막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소재의 원산지를 밝히도록 까지 되어 있습니다. 옛날 문익점 선생님이 몰래 들여온 목화씨로 우리나라 면 산업이 발달하고 면제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원 소유 국가에서 최종 산물에 대해 권리를 인정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온대에 속하는 지역으로 자연적인 생물소재의 수와 다양성에서 열대나 아열대에 비해 훨씬 부족합니다. 하지만 BT 강국으로써 우리나라에 있는 소재들을 잘 분류하고 연구하면 기초 연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에까지 직접 연결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자원, 심지어 소리(sound), 벌레 등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다면 모든 것이 연구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지역 별로 적합한 분야를 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지금 연구소재은행 같이 제주도에 열대/아열대 식물 유전자 은행이, 강원도에 감자, 광물 은행이, 부산에 해양미세조류은행이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의 선발은 한국과학재단에서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어 협의회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기에 이미 몇 년간 특정 분야에 깊은 연구를 하였고 그 결과물을 다량 이미 확보하여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면 될 것입니다. 즉 그 분야의 연구에 지도급으로 다른 연구자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 지 이해하고 있고, 재료만이 아니라 연구 방향까지 제시해 줄 수 있는 실험실이 소재은행으로 적합합니다."

국가연구소재은행이 국내에서 소재를 확보하고, 분양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외국에서 그런 소재를 구입해서 쓰는 것보다 경제적인 효과가 무척 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미 소재은행의 연구재료를 분양하여 외국에서 수입되어야 할 연구 재료를 대체하였습니다. 현재 년간 최소 50억 원 이상의 연구재료 수입을 절약하였습니다. 또한 연재 확보되어 있는 소재를 돈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소재은행 네트워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 같습니다. 두 나라와 우리의 상황을 비교해서 말씀해주시죠.

#…“국가의 연구 경쟁력은 국가 연구비와 비례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연구소재은행 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NITE (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and Evaluation)의 소재은행의 경우 우리나라 생명공학연구연 전체의 수십 배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국 과기부의 인프라구축 사업은 소재은행, 네트워크, 고가기기등 우리나라 과기부의 특성화장려사업과 목적은 같으나 중국의 경우 년간 1000억원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모두 합쳐 80억원 수준입니다. 서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중국의 7개의 미생물 소재은행이 매년 200억원, 이들 미생물 소재은행의 네트워크구축에만 250억원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26개 전체에 22억원으로 중국의 미생물 소재은행 예산의 20분의 1도 안되는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재은행 지원은 1년전까지 소재은행당 7천만원, 현재 9천만원, 내년 다시 8천6백만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이는 소재 확보에도 부족한 액수입니다. 여기에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소식지, 워크샵, 세미나로 정보 제공까지 초인적인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구축은 아직 지원이 없어 2005년도 초반 소재은행들이 갹출하여 미약하나마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소재은행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최소한의 운영을 위한 예산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예산과 지원이 확보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소재은행 사업이 1995년에 처음 시작되어 이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명칭 변경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에 그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명칭 개정의 의의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그 동안의 특수연구소재은행이라는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아주 특수한 분양의 연구소재만을 다루는 은행으로 인식되었고 운영방식도 특수하리라는 생각을 주었습니다. 이는 현재의 연구소재은행의 주목적인 타 분야의 연구자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과 아주 다릅니다. 이를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으로 하여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고, 모든 연구에 필요한 소재를 맡기기도 하고, 양질의 소재를 확보하고 분양한다는 의미가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부과의사들이 주축으로 운영되는 한 학회 임원으로부터 “국내에 진균(곰팡이) 세포주은행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런 경우에 국가연구소재은행은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나요? 어디까지 혹은 어디서부터 지원할 수 있습니까?

#…“매년 여름 7-8월 경 한국과학재단을 통하여 지원 신청을 하게됩니다. 신청 계획서를 접수하시고 선정 심사 단계에 들어갑니다. 만일 소재은행에 대한 예산이 충분히 증액된다면 적어도 소재 확보, 보관에 필요한 실경비와 행정요원, 연구원등에 대한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현재로써는 예산이 은행당 평균 8천 6백만원 밖에 되지 않아 정식 행정요원이나 연구원을 채용하여 쓰기에는 너무 모자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협의회는 물론, 한국과학재단, 과학기술부가 소재은행의 예산 증액을 위해 애써주시고 계셔서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7일 10주년 심포지엄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의 현황을 비교하고 국내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 인프라 구축 수립을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고 합니다. 특히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의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 나온 주요 논의의 골자를 말씀해주십시오.

#…“소재은행의 국가 전체의 경쟁력의 기초 인프라라는 것은 전세계 각 국가에서 인식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이 국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소재은행을 충분한 예산으로 지원하고, 지원을 장기간하여 확보된 소재가 중간에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확보된 소재는 은행별로 DB를 구축하고 이를 다시 네트워킹하여 산업체를 포함한 모든 연구자들이 연구에 필요한 소재를 항상 손 쉽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모두들 한마음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기부/한국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26개 소재은행이외에도 국공립 연구소, 대학의 각종 연구 사업에서 소재은행을 발굴하고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기부는 물론, 농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 각 부처에 홍보하고 새로운소재은행 발굴을 물론 이를 위한 예산확보에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7일 심포지움에는 여러 국회의원들께서도 보좌관을 보내시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하여 소재은행 발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乙酉年 새해를 맞았습니다. 국내 과학계와 정부, 혹은 일반인에 대해서 평소 바람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항상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에 있고, 과학을 위해 과학의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합니다. 소재은행은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화에도 반드시 필요한 연구소재를 국가의 전략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과학 인프라의 구심점입니다. 우리주위에 아무리 모래가 많고 자갈이 많아도 이를 제대로 분류하고, 다듬어서 시멘트도 만들고, 유리도 만들어야 집을 만들 수 없듯이 우리 주위의 연구소재를 연구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은 어느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꼭 여러 사람이 협동하여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기초과학은 몇 십 년 뒤에나 덕을 보고 산업화된 물건은 당장 돈이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생각입니다. 연구 없는 산업화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 분야만으로 이루어지는 과학은 없습니다. 한 나라의 부는 과학에서 나온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여 과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이 애써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회장님의 바람이 새해에는 꼭 이루어지도록 기원합니다.

<신재경ㆍ윤병기 기자/sjk1212@empal.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