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은 필수의료 붕괴의 첫 징조일 뿐더러 빙산의 일각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여러 차례 신고가 있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외과학회 이문수 회장(왼쪽), 이우용 이사장
대한외과학회 이문수 회장(왼쪽), 이우용 이사장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성균관의대)은 지난 3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겸해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의 정책세션1에서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사망을 계기로 관심도가 집중된 ‘필수의료’가 주제로 다루어졌다. 이 세션에서 외과 정책현황, 필수의료에 대한 시각과 제언, 정부대책 등에 관한 주제발표와 논의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 이우용 이사장은 “정부가 단계를 거쳐서 필수의료의 기반이 되는 문제에 대해 장기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외과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필수의료를 포함한 한국 외과의 회생을 위해 네 가지 처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가정상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 완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향상, 외과의사의 자긍심 고취가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외과에서 심야나 공휴일에 시행되는 응급 수술은 노력 대비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외과의사가 국민 의료를 책임진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런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이사장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외과 환자와 중증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당수 외과의사가 곧 정년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3,500명씩 배출되는 의사 중 외과의사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며 상황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외과학회 이문수 회장(순천향의대)은 “우리 때는 외과 경쟁률이 치열했다. 지금은 외과를 선택하면 미련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더 이상 후배들에게 외과의로서 사명감이나 자부심 등을 강조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며 탄식했다.

이밖에도 기자간담회에서는 함께 배석한 이사들로부터 “지금은 백약이 무효할 정도로 늦은 단계”, “후배에게 외과의사를 권하지 못할 정도”, “획기적인 방책이 없다면 10년 후 외과의사 공백은 피할 수 없다”, “질환별 수가를 조금 올려주는 정도로 외과 붕괴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등 다양한 언급이 나왔다.

한편 대한외과학회는 3-5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새로운 세상에서의 외과의사’ 주제로 2022년 국제학술대회(ACKSS 2022)를 개최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학술대회는 18개 분과 학회와 7개 산하 연구회가 함께 진행된 가운데 KSS 회장 강연과 세계 유명 석학의 강연이 마련됐다. 또 9개국 31명의 해외 연자 강연과 Best Investigator 세션 등 100여 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로널드 댈먼 교수가 ‘외과학계에서 성공하는 비결(Back to the future; Secrets to success in academic surgery)’ 제목으로 현장 강연을 했으며, 대한외과학회 이문수 회장이 ‘서전 리더십(A great goal promotes a great process; surgeons leadership)’ 주제로 회장 강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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