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의 진단에서 뇌 자기공명영상(MRI)의 최신 지견을 집대성한 리뷰 논문(종설)을 국내 연구진이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종설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가 최신 연구성과와 결과를 총망라하여 동향을 정리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형태의 논문을 가리킨다.

신경과 김종민(좌),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
신경과 김종민(좌),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 교수와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Radiology> 온라인 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느린 운동, 근육 떨림과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운동장애 증상이 생기는 병이다. 전형적인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증상과 신경학적 검사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증상이 유사한 파킨슨증후군이나 이차성 파킨슨증과 구별하기 위해서는 MRI와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Radiology 표지
Radiology 표지

연구팀은 파킨슨병의 평가에 이용되는 다양한 영상 바이오마커 가운데 특히 흑질 영상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여기에는 중뇌의 도파민 신경경로 양상 중 나이그로좀 영상과 뉴로멜라닌 영상, 정량적철침착 영상, 신경경로에 대한 확산텐서 영상이 포함됐으며, 파킨슨병 및 파킨슨 증후군의 증상과 연관된 뇌부피측정기법도 다루어졌다. 연구팀이 정리한 골자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나이그로좀 영역을 촬영하는 MRI = 파킨슨병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MRI 기술을 결합하여 흑질 구조의 변화를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MRI로는 흑질 구조를 자세히 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보편화된 3T 및 7T를 이용한 고해상도 MRI로 보다 촘촘하게 촬영이 가능해졌다. 파킨슨병의 병소인 나이그로좀 영역의 음영을 고해상도 MRI를 통해 가시화하고 손상 부위를 파악함으로써 파킨슨병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뉴로멜라닌 분포를 확인하는 MRI = 파킨슨병 진단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자기공명기법은 뇌 속의 뉴로멜라닌 분포를 확인하는 것이다. 뉴로멜라닌은 흑질에서 도파민이 분비될 때 함께 생성되는 신경보호물질로, 뉴로멜라닌만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는 MRI로 뇌 속 도파민의 변화량을 파악해 파킨슨병 여부를 진단한다. 뉴로멜라닌은 신경세포 안에 점차 쌓이는데, 만약 파킨슨병처럼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경우 뉴로멜라닌 또한 함께 사라진다. 따라서 뉴로멜라닌이 과다한지 부족한지를 관찰하여 도파민의 분비량을 파악하면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 도중 예후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뇌의 철 분포를 보여주는 MRI = MRI를 이용해서 뇌 속 철(Fe)의 분포를 분석하는 기법도 파킨슨병 진단에 도움이 된다. 흑질에서 분포되는 뉴로멜라닌이 외부에서 유입된 철 성분을 붙잡는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뉴로멜라닌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보다 흑질 내 철이 많아 침착되면서 발생한다. 흑질에 침착된 철 성분은 뇌 조직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를 괴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질 내 철이 많이 침착되면 파킨슨병의 발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뇌의 구조적 변화를 밝히는 MRI = 구조적 MRI는 대뇌피질의 특성 및 부피 감소와 같은 뇌의 구조적 변화도 밝힐 수 있고, 확산텐서영상(DTI) 기법을 통해 여러 뇌 영역의 구조적 차이를 관찰하며 초기 파킨슨병의 잠재적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파킨슨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보다 흑질의 부피가 더 많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이러한 변화가 확인될 경우 파킨슨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는 “간단하고 부작용 없는 MRI 검사는 파킨슨병 기저의 신경해부학적, 기능적, 병태생리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성이 높다”며 “다양한 기법의 영상 접근을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와 뇌 속 신경물질의 분포 및 그 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면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신경과 김종민 교수는 “파킨슨병 및 파킨슨 증후군에서의 MRI 영상이 파킨슨병의 진단 및 치료, 장기적 추적관찰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며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 만큼 손발이 떨리고 몸이 느려지기 시작한다면 단순 노화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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