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받아오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원칙없는 "수진자 조회"가 최근 법원의 판결로 인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은 피부과 개원의 이모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공단은 수진자 184명 전원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원고에 사과하라"고 판결, 공단의 일방적인 수진자조회가 문제가 많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가 지난 2005년 6월 피부과를 포함한 180개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은 모든 남아들의 수진자 조회가 발단이다.

공단은 당시 조사 대상자들에게 포경수술을 받았는지 여부, 수술비용,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질환으로 방문했는지를 조회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환자들은 해당 병원 측에 항의하게 소동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오해를 받은 피부과전문의인 이모 원장은 명예 및 직업수행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 당했다며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피고는 원고의 보험청구내역 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명예에 대한 충분한 배려 없이 피고의 원고 운영 의원 수진자들(184명)에게 수진자 조회서를 보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이에 이모 원장의 병원을 이용하다 수진자조회서를 받은 184명에게 오는 2월 28일까지 공단이 수진자조회서를 발송한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수진자 조회가 해당 병원에 문제가 있어 발송한 것은 아니며 실제 조사결과 해당 병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가입자가 오해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안내문을 보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공단이 기일까지 사과문 발송을 어길 경우 원고에게 매일 1백만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하여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회장 박병일)는 "무차별적인 수진자 조회로 병의원들이 입은 명예 훼손 등 피해에 대해서 인정을 받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런 무차별적인 수진자조회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부 차원에의 대안이 나와야 앞으로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수진자 조회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들이 보험청구내역 등을 조사한다는 목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진료 내용을 전화나 방문으로 조사하는 제도로, 그 동안 지나친 사생활 침해, 공단 직원 사칭 사기 사건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의료계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