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표지

남편에게 신장을 꺼내준 아내 류정호 씨가 지난 1월 서울시보라매병원 의료진과 함께 이식 과정 전반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책의 제목은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파람북/224쪽)이며, 류 씨는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낸 수필가로 알려졌다. 특히 출판 과정에서 수술을 담당했던 보라매병원 의료진이 표지 선정과 내용 감수에 직접 참여하여 훈훈함을 더했다.

지난해 1월 류 씨의 남편은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위해 보라매병원에 입원했다. 30여년 전부터 당뇨병 등 합병증과 함께 대장암 수술까지 받은 이력이 있었다. 크레아티닌 및 사구체여과율 수치가 크게 악화됐다. 신속한 신장이식 수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장기 기증자를 찾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증자를 찾은 후에도 유전자 교차반응검사와 면역검사 등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다. 그때 류 씨가 기증자로 자청했다. 자녀와 형제들은 수술로 인해 류 씨마저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싶어 수술을 만류했다. 그러나 아내로서 배우자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었다.

심전도, 흉부 X레이, 신장초음파 등 이식 전 실시한 다양한 검사 결과 수술 가능 판정을 받은 류 씨는 기증자의 순수한 기증 의사를 확인하는 순수성 평가를 마친 뒤에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지난해 4월 22일 보라매병원 신장이식팀(정인목ㆍ이정표 교수)에 의해 진행됐다. 부부는 4주 후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그리고 류 씨는 지난 1월 이식수술 과정 전반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낸 에세이집을 출간됐다. 그는 “이식을 결심하고 수술을 앞둔 분들에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에 도움을 드리고자 에세이를 출간했다”며 “그 분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정인목 장기이식센터장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준 아내의 모습에 의료진으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표 신장이식센터장은 “이번에 출간된 에세이는 기존의 이식교육 자료와 달리 수술 전반의 과정에서 당사자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있다”며 “앞으로 이식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추가적인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라매병원 이식센터는 2019년 2월 70대 고령자간 ‘양측 신장 동시 이식술’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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