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개 병원 전공의들이 코로나19 대책에 전공의들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자료사진은 지난 8월 의사 증원과 의학대학원 신설 정책에 전공의들이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35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전공의를 동원하는 대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각 병원 방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 행위에 참여하고 있고, 의료진 총수가 늘지 않은 가운데 전공의를 동원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는 것이다.

특히 지나 13일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전문의 시험 면제’를 혜택으로 내걸고 있는 듯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전공의의 신분과 전문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성명에는 강남차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신대병원, 구미차병원, 대전성모병원, 부산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상계백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의료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성빈센트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용인정신병원, 울산대병원, 원광대병원, 은평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중앙대병원, 창원파티마병원, 청주성모병원, 한양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이 참여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급박한 코로나19 상황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시험을 치르지 않게 해주는 것을 마치 큰 수혜인 양 '당근'으로 내미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를 동원해도 의료인 수에는 변화가 없다는 문제가 있으며, 의학수련과 환자진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전공의 신분의 특수성을 도외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속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 침해, 의학의 분과학문 무시, 미래 의료의 질 담보 어려움 등도 문제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번 전공의 동원 대책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를 검토하게 된 것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방역대책 논의를 위한 병원계 간담회 등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 의료인력 운영 어려움이 2021년 1~2월에 예정된 전문의 시험 일정과 맞물려 가중된다는 의견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레지던트 3, 4년차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는 대한의학회와 전공의 수련병원, 레지던트 3- 4년차 등의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 시 전문의 시험 면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시험 면제에 대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대한의학회 등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변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정부가 일선 병원의 고년차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19 전선에 투입하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방안에 참여하는 전공의에게는 전문의 자격 시험 면제를 '혜택' 으로 내걸었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게 해주는 것'을 마치 큰 수혜인 양 '당근'으로 내미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급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코로나 확진 인구가 1000명이 넘어가는 국가 위기 상황의 심각성은 일선 현장에서 밤새워 고군분투 중인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이에 방역을 총괄하는 정부당국의 충분한 의료진 확보를 원하는 심정도 그 누구보다 이해가 간다.

다만, 해당 방안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 전선에 투입하더라도 총 의료인의 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각 전공의들은 소속 수련 병원의 방침에 따라 직ㆍ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 행위에 종사 중인 상황이다. 의료진의 총 수가 늘지 않고, 기존에 예정된 인원이 배출되지 않을 현 상황에서 전공의 동원은 단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는 것이 우리의 지적이다.

또한 전공의 신분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공의는 의학 수련과 환자 진료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의 시험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전공의의 책무 중 한 가지인 '수련' 을 도외시한 발언과 다름이 없다. 특히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서 전공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인력 운용에 대한 인건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소속 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일선 병원 전공의들은 각 병원의 의료행위와 전공의의 존재 목적을 해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유감을 표한다. 특히 전문의 시험 면제를 내건 정부의 행위는 의학이라는 분과학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이는 미래 의료의 질을 담보로 한 행동이란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과정에서 수련을 받고 공부한 올바른 전문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부의 의도에 맞춰 타협하고 거래하기 위해 환자와 국민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증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 정부의 의도대로 전공의 동원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문의 시험 면제를 운운하는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정착된 정당한 노력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전문가 양성 과정조차 목적 앞에 굴종하는 셈이 된다.

우리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번 전공의 동원 대책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대신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재차 촉구한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34개 병원 전공의 대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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