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김동욱, 이동건, 조성연, 박성수 교수

 어린이날(5일) 인도 뉴델리에서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약 7천km를 날아 한국에 도착한 A(5)양의 사연이 화제였다. A양은 도착 후 곧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되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무균병동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을 완벽 차단한 서울성모병원의 뛰어난 감염관리 시스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치료 및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면역기능이 고도로 저하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혈액질환자들을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항암요법, 면역억제요법,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정상적인 진료를 제공해 온 서울성모병원의 코로나19 대응전략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혈액분야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국내 의료기관들은 병원 내 발생 및 확산 차단을 위해 선제적인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특히, 3월부터 국내 환자수가 급증하며 병원 내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주요 대학병원들은 불요불급한 진료를 최소화하기 위한 초진환자 진료와 수술 제한, 역학적 위험지역 환자 비대면 진료 등 고강도 확산 억제 정책을 취해 왔다.

특히 팬데믹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3, 4월에는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도 혈액암의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이 급하지 않다면 가능한 연기를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고 미국의 상당수 병원들도 항암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중증 혈액질환자들은 당장 치료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경우, 돌이킬 수 없이 질병이 악화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약 15,000명의 각종 혈액질환자를 관리하며 매달 9,000명 이상의 외래환자, 50건 이상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혈액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제한할 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기 때문에 서울성모병원은 혈액질환자의 진료를 축소하는 대신 선제적인 차단 전략을 수립했고 이 결과 중증 혈액질환자의 정상적인 진료를 모두 유지하면서도 완벽하게 병원 확산을 차단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 문진표를 사용한 선제적인 환자분류 ▶ 환자분류에 따른 이동 동선 분리 ▶ 한시적 대체 진료(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 비대면 진료 등) 활성화 및 선별 진료소를 본관과 분리해 설치/개설 ▶ 확진/의심 환자 병동 시설 확충 ▶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별도 운영 등이다. 특히 병동시설과 관련, 코로나19 환자치료를 위해 독립된 공조를 가지는 한 층 전체를 비우고 병동을 세부 분리해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폐렴 또는 역학적 요인이 있는 환자들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에도 혈액병원 진료가 정상적으로 시행된 점이 논문에서 주목을 받으며 최종 게재 승인됐다. 즉, 이 기간 중 서울성모병원의 원내 코로나19 발생이나 확산 없이 혈액병원 환자들의 한시적 대체 진료환자는 2020년 3월 기준 749건이었다. 3월 신규환자는 다소 감소했으나, 외래환자, 재원환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과 비슷했고 조혈모세포이식 건수도 동일했다.

감염내과 조성연 교수(공동 제1저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공동 제1저자), 감염관리실장 이동건 교수(감염내과, 공동 교신저자), 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혈액내과, 공동 교신저자) 연구팀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유행이 지속되면서 서울성모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기 보다는 별도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운영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대처함으로써 대유행 중에도 혈액질환자 진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고 밝혔다.

김동욱 혈액병원장은 “논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정상적인 진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전 세계 의사와 환자들에게 참고가 되어 중증혈액질환자 진료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 IF 5.206) 온라인판에 5월 18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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