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훈 교수

만성 B형간염 완치 후에도 평생 약을 먹어야 할까. 정답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이러한 희망적인 연구결과를 전한 의학자는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팀(김민석 임상강사)이다.

이 교수팀은 국내 16개 대학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혈청 표면항원이 사라진 B형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소화기학회지(Gut, IF=17.943)’ 3월2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만성 B형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기능적 완치’로 판단한다.

문제는 표면항원이 소멸돼 기능적 완치로 판정받아도 쉽사리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기 어려웠다.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간 기능 악화, 간 부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했고 그에 따른 내성, 부작용,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었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를 오랫동안 복용해 혈액 내 표면항원이 사라진 환자 276명을 분석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유지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환자군 간 차이가 없었다. 즉, 표면항원이 소실됐다면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간염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시점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유럽,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표면항원 소실 후 항바이러스치료 중단을 권장하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표면항원이 소실되는 사례가 워낙 드물어 충분한 표본수를 확보할 수 없어서다.

이번 연구는 국내 16개 병원의 협조로 많은 표본 환자수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항바이러스치료를 유지한 사람과 중단한 사람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이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치료 종료시점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종료시점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됐다”며 “항바이러스치료중인 만성B형간염 환자 중에 혈청에서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항바이러스 약제를 중단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다만 “간암이 있거나, 간기능이 나쁜 간경화 상태의 경우는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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