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현재와 같이 명확한 기준 없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은 의료인 직업행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진료거부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연구책임자인 이얼 책임연구원은 명확한 기준 없이 진료를 강제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행사 자유 침해 뿐 아니라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다른 환자의 건강까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환자를 진료할 것인지, 진료를 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는 전문적 직업윤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은 의사법에서 진료거부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선언적 규정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미국 및 유럽에서는 환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마약 처방 등 부적절한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의사의 환자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은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유형으로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질환 등으로 인해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병상・의료인력・의약품・치료재료 등 시설 또는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외래진료의 경우 예약환자의 진료 일정 등으로 인해 당일 방문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해당 진료가 의료인의 전문영역과 다르거나 전문지식, 경험이 부족하여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하는 경우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내용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가 적극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요구하는 것 등과 같이 부적절한 치료 방법을 요구하는 경우 ▲입원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환자가 의사의 치료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의사의 양심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의사가 양심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 ▲환자가 의료인 또는 동료에게 모욕・명예훼손・폭행・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점거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경우 등 12가지를 제시했다.

이얼 책임연구원은 “의료전문가 단체는 진료거부가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윤리지침에 반영함으로써 회원의 권리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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