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교수가 제22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임호준 교수는 2015년 대한혈액학회에서 ‘소아에서 T세포 제거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의 치료전략’ 논문으로 중견연구자상 수상한데 이어 2017년 국제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는 ‘소아 재생불량성빈혈에서 반일치동종조혈모세포이식의 우수성’ 논문으로 우수 연제상 수상하는 등 소아종양혈액분야에서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호준 교수는 특히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으로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 등 난치성 혈액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학술상 수상자인 임호준 교수로부터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등에 관한 세계적인 흐름과 국내 연구 및 진료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편집자 주]

▲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

낮은 출산율과 한자녀 가정이 늘어감에 따라 조혈모세포 공여자를 찾기 어려웠던 난치성 혈액질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렸다. HLA(조직적합항원)가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등 난치성 혈액질환자들도 빠르게 이식받고 치료해 완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혈액종양과 임호준 교수는 “요즘 출산율이 낮고 형제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포기증자는 30만 명 정도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맞는 공여자를 찾기 어렵다”며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은 쉽게 공여자를 찾을 수 있어 빠른 이식과 치료로 완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가족 또는 타인의 HLA가 맞아야 이식이 가능하지만 형제가 없거나 맞지 않는 경우 공여자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의하면 매년 500명의 신규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가 발생하며 2017년 누적 대기자는 4천여 명에 이르지만 이 중 실제 이식술이 시행된 경우는 564건(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HLA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의료 선진국들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태반을 통해 혈액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면역학적 관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의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통해 반일치 조혈모 세포 이식은 부모로부터 각각 1개씩 받은 6번 염색체 중 하나만 맞으면 이식이 가능하게 됐으며 공여자를 찾고 이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 처음부터 쉽게 활용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HLA가 일치하는 비혈연 이식이 자리잡아가던 2000년대. 임호준 교수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약 1년간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직접 환자들을 돌보고 이식기술을 익혔다.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 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유명한 곳이고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도 시행했지만 이식수술을 크게 권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2004년 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임호준 교수는 공여자를 찾기 힘들어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보면서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실시해 질병으로 인한 소아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힘을 쏟았다.

임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HLA가 일치하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25%에 불과하지만 조혈모세포의 반만 맞는 부모나 형제들에게 이식을 받는 것은 이식 후에도 공여자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생착 후 환자의 세포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경우 숙주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T세포를 제거하고 환자에게 맞는 일정한 양을 투입하는 기술은 합병증 위험도를 낮추게 됐으며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는 나라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게 됐다.

그는 “현재까지 형제와 비혈연의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경우 사망률의 차이가 없고 3~6개월간 이식 관련 사망률이 6~7%에 달하고 있다”며 “빠른 이식과 치료는 환자에게 완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도입 당시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은 임 교수의 지속적인 논문 제출과 노력으로 2017년부터 본격적인 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은 치료비의 부담을 줄이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국내에서 최대로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실시한 임호준 교수는 지금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악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나아갈 계획이다. 그는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 안정됐지만 좀 더 발전해 성공률 100%에 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일치 이식을 기반으로 세포치료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악성도가 높은 암에서 치료율을 향상 시키고 모든 환자들이 살 수 있도록 생명률을 높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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