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 중증치매 등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할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요양원 등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의사의 지시 없이 L-tube 등의 불법 의료행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2일 원주 연세요양병원에서 ‘2019년 상반기 찾아가는 정책설명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날 정책설명회는 광주, 전남, 전북, 대구경북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날 정책설명회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기능이 정립되지 않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 및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참석한 A요양병원장은 “요양시설 촉탁의사로 정기적으로 방문을 해보면 욕창, L-tube(비위관 삽입) 등의 환자들이 많이 있는데 의료적 처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입소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이런 환자들은 들어갈 수 없도록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는 요양시설에는 장기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 치매 등 노인성질병을 가진 65세 미만자가 장기요양 1~5등급, 인지지원등급 등의 등급판정을 받으면 입소할 수 있다. 특히 요양시설은 요양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지표화해 등급판정을 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야 할 중증환자라도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으면 얼마든지 입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이 의사의 지시 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례는 B요양병원장도 비슷했다. 그는 “요양시설에 촉탁의로 나가보면 의사의 지도감독이 반드시 필요한 T-tube(기관절개 튜브), L-tube, 의료용 산소, 폴리카테터 등을 맘대로 쓰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의료행위가 필요한 환자들은 입소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요양병원은 이사장은 “요양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요양병원에 가야 할 욕창, 중증치매환자들이 장기요양 1, 2등급을 받아서 막 밀고 들어온다.”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지만 일부 보호자들은 간호사가 있으니까 요양병원인 줄 안다”고 개탄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요양시설로 유도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요양병원 ‘환자평가표’를 개정하면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싶은 의향이 있습니까?’ 등의 문항을 신설한 상태다.

이와 함께 요양시설을 겸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은 의료수가, 간병제도 등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양시설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운영해 보면 경영환경이 나쁘지 않은데 요양병원은 요양시설보다 못하다는 걸 절감한다”고 하소연했다.

E의료법인 이사장은 “요양병원의 의료고도, 의료중도 등 중증환자가 아니면 요양시설보다 수가가 낮고, 요양시설은 간병비까지 지원하고 있어 병원을 접고 시설로 전환할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말 간병비 지원이 필요한 것도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다”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정부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을 재정립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일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