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교수

뇌 지주막하출혈 동물모델에서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신약 후보물질이 우리나라 의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주인공은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팀. 이 팀은 지주막하출혈 초기에 과도하게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출혈로 인한 염증 반응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치료제로 개발된 베이셉(개발명 CX-11)은 산화세륨을 분산안정제인 6-aminohexanoic acid로 연결해 polyethylene glycol (PEG)로 캡슐화한 약물로서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여타 물질과는 다르게, 초산화물(superoxide),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 하이드록실 라디칼(hydroxyl radical)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활성산소를 한 번에 제거하는 강력한 다기능성을 보여주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교수팀은 흰쥐의 지주막하출혈 모델에 베이셉을 투여하자 14일째에 흰쥐의 생존율은 대조군 21.1%, 치료군 88.2%로, 대조군에 비해 4.2배나 향상된 놀라운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살아남은 쥐의 활동능력이 치료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확인돼 베이셉은 지주막하출혈에서 단순히 생존 여부만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건강한 생존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도 보여주었다.

   
▲ 이승훈 교수팀

이승훈 교수는 “지주막하출혈에 혈관연축을 예방하는 니모디핀 외에 약물 치료가 전무한 상태”라며 “베이셉이 이 질환에서 혈액에 의한 염증성 반응을 감소시키는 필수적 약물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표고, 이를 위해 임상시험용 신약(investigational new drug, IND)으로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학회/미국뇌졸중학회의 기관지이자 뇌졸중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뇌졸중(Stroke)’ 최근호에 표지논문(Cover Article)으로 선정됐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미국뇌졸중학회(International Stroke Conference)에서 ‘최고 기초의학상(Basic Science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베이셉은 지주막하출혈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불순물이 포함될 여지가 없는 수성 공정(aqueous synthesis technique)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독창성으로 국내 및 전세계에 특허로 출원된 상태로 현재 바이오벤처 회사인 ㈜세닉스바이오테크를 통해 임상시험용 신약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편 이 교수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3위인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이분되는데, 출혈성 뇌졸중은 지주막하출혈(subarachnoid hemorrhage)과 뇌실질 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ICH)로 구성되어 있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졸중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뇌졸중으로 초기 사망률이 40-50%에 이르는데, 대뇌동맥에서 출혈된 혈액에 의한 압박과 염증성 반응으로 인한 뇌신경 파괴가 주된 기전이다.

우리나라의 지주막하 출혈 발생률은 2017년 3만 명 이상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현재 이 질환은 원인이 되는 동맥류를 수술이나 중재시술로 폐색하는 방법만 임상에서 인정되고 있지만, 이 방법들은 추가적인 출혈을 막는 역할만 할 뿐, 정작 높은 치명율의 원인인 혈액에 의한 염증에 대해서는 아무런 치료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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