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혁 교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잠을 잘 자야 한다, 잘 자야 잘 큰다, 잠이 보약이다!’ 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분들은 이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소아기 그리고 성장기에 적절한 수면은 성장과 발달, 정서적인 건강, 그리고 면역력 유지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잠을 자게 되면 몸의 대부분 기능이 멈추고 단순히 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우리 몸의 신경 세포들은 고도의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게 된다.

우선 수면 초반 깊은 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성장 호르몬 방출이 최대로 올라가게 된다. 만일 아이들이 충분히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하는 경우 성장 호르몬은 조금씩 하루 종일 분비되며 최고 농도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 결국 효과적인 성장 자극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또한 수면은 학습과 기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뇌의 과정은 렘수면(REM, 수면 중 눈이 양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현상) 중에 일어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연상 기억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충분한 수면이란 ‘깨어났을 때 더 이상 졸리지 않고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상쾌한 기분이 들며 깨어 있는 동안 저절로 잠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잠을 잔 경우’를 말한다.

다행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많은 부모들은 충분한 수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잠을 짧게 자거나 혹은 너무 자주 깨면 잘 잘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 고학년이 되어 학습량이 늘어나면 잠 보다는 학업을 더 중요시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동기 (6-12세) 적절한 수면 시간은 최소 10-11시간이며 청소년기 (12-18세) 최소 필요 수면 시간은 최소 9-9.25시간이다. 적절한 성장과 정서적 발달을 위해 학동기, 청소년기 적절한 수면 시간을 위해서도 많은 배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생 중 ‘1/3’이 수면이라면 유아기, 소아기는 ‘1/2’이 수면 시간이다. 수면은 비렘 (non-REM) 수면과 렘수면으로 이뤄진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이뤄지는 복잡한 신경계의 상호 작용이며 좋은 수면이란 이 사이클이 끊어지지 않고 충분한 시간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수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 평일 휴일을 똑같이 재우는 것, 배고프지 않도록 마지막 식사는 충분히 할 것, 카페인 음료는 피할 것, 침실은 어둡게 할 것, 방 온도는 24도 이하로 유지 할 것, 침실을 벌 받는 곳으로 사용하지 말 것, 자기 전 TV 및 핸드폰 사용을 피할 것’ 이다. (대한소아과학회)

수면은 매일 일어나는 일이며 따라서 매일 지켜져야 하는 습관이다. 병원에서 성장 클리닉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빨리 클 수 있나요?’이다. 어떤 특정 음식이나, 특정 운동, 약이 있다면 나도 알고 싶고 당장 알려 드리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은 태어날 때부터 15-17년간 매일 조금씩 일어나는 일이다. 그 기간 중 절반이 수면임을 기억하고 바른 성장을 위해 수면의 중요성을 알고 좋은 수면을 위한 노력을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인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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