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가 되겠노라 했던 고등학생은 뜻하지 않게 의사가 되어 참으로 독특한 또 하나의 에세이 유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환자를 보면서 경험했던 일들은 문학 속의 전염병과 얽혀 미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의학 교과서는 한 줄로 압축해 질병과 인간의 역사를 깊이 있게 살려내지 못하지만, 어느 작가들이 작품에 남겨놓은 이 한 줄 부스러기의 이야기는 의사들보다 현실감 있게 병과 인간사의 면모를 다뤄내고 있다.” _김준명 전 연세대 감염내과 교수.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가 ‘인간 곤경의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감염된 독서: 질병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를 발행한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최영화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에세이면서 서평 모음집이기도 하고 질병, 특히 감염병과 관련된 책만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이색적이다.

최 교수는 2003년 사스 의심 환자를 진료했고,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즉각대응팀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아주의대 졸업생들이 선정하는 ‘황금분필상’(2010, 2014)을 받은 성실한 스승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장 전문의가 감염병과 관련된 책들을 한자리에 집합시킨 것이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와 급성출혈결막염, ‘닥터 지바고’와 발진티푸스가 연결되는 식이다. ‘데카메론’은 페스트, ‘나는 걷는다’는 아메바 이질, ‘이 인간이 정말’과는 O157 대장균으로 이어지는 목록을 보면 감염병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 최영화 교수

저자는 이 책들에 등장하는 관련 대목을 인용하면서 전문 지식으로 더 풍부하게 그 내용을 풀어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잔잔한 문체로 인해 여백이 느껴질 정도이지만 글을 쓴 지난 5년간 저자는 한가롭고 여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오히려 병원 일과 환자를 보는 일과 요구받는 일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시절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어깨에 지워진 본연의 업무를 달리 누구로 대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견뎠고 세월이 흘러갔다. 꾹꾹 견디기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저자는 죽어가는 화분을 살리거나, 책에서 자신과 같은 의사 혹은 감염병을 찾아내거나, 글로 신세 한탄을 하는 데서 탈출구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 또한 ‘인간 곤경의 기록’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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