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시혁 , 이지현 교수

지난해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는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더 철저하게 조절할 것도 권고했다.

이 권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회적인 부담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5월18일 우리나라 고혈압 정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으로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우리나라 환자에게 적용한 분석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의 성인 1만 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 고혈압진단기준에 따른 유병률 및 조절율 변화

이에 따르면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감소했는데,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혈압인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감소된 경향을 보였다.

구러나 실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혈압 환자들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기존의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나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지현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본인의 목표 혈압을 보다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시혁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만큼,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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